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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 때려 물가잡기, 정도 아니다

최종수정 2012.08.22 11:38 기사입력 2012.08.2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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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부가 식탁물가 잡기에 나섰다. 그럴 만한 상황이다. 폭염과 폭우로 채소류를 비롯한 농수산물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곡물가는 치솟고 기름 값은 슬금슬금 다시 오른다. 추석 대목도 임박했다. 가을철 물가 대란을 걱정할 만한 상황이니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선언한 것은 당연한 행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물가 대책에는 임기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채소류와 가공식품을 가리키면서 한 말이다. 대책은 크게 두 갈래다. 채소류, 생선 등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수입ㆍ방출 확대와 매점매석 단속 등 교과서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제대로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

가공식품 가격을 잡는 데는 다른 칼을 준비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공권력을 앞세웠다. 공정위는 이미 최근 줄지어 오른 맥주, 콜라, 참치캔, 즉석밥 등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점검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담합과 편법 인상에 엄격한 법 집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불법적 가격 인상에 철퇴를 내리는 것은 당연한 정부의 책무다. 하지만 '물가 지킴이'를 자처한 공정위를 비롯해 정부가 생활물가와의 전쟁을 선언한 후 보인 행보를 떠올리면 걱정이 앞선다. '기름 값 소동'이 상징하듯 기업을 윽박질러 물가를 잡으려는 무리수가 잦았다. 주무 부처나 공정위의 엄포에 올렸던 가격을 황급히 취소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격담합이 없이) 수입곡물 가격 등의 정보만 교환하더라도 담합으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
다"고 말했다. 무리수가 보이는 엄포성 발언이다. 사유가 분명한 가격 인상까지 무리해서 억누르다 보면 부작용이 커질 뿐이다. 시장원리도 작동되지 않는다. 눌렸던 제품 값이 한꺼번에 뛰거나 기업 부실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의 잇단 가공식품 가격 인상 배경에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보인다.
어제 본지 보도(1면)를 보면 원자재 값 상승에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값을 못 올려 실적이 악화된 기업이 적지 않다고 한다. 기업을 때려서 물가를 잡는 것은 정책의 빈곤에서 나오는 하책이다. 정밀한 수급 예측, 경쟁 촉진, 유통구조 혁신 등 정공법으로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정부의 능력이자 정책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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