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공무원 매수하고, 광범위한 로비까지...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종자수입업자 김모(44)씨 등 4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 대상엔 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아 챙긴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 등 9명도 포함됐다.
불량종자를 건네받은 농가들은 파종하지 않고 문제되는 종자들을 폐기처분하는 것은 물론 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등 피해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업은 농림부가 휴농기 농지 지력 증진을 위해 호밀 등의 종자를 보급하는 연간 300억원 규모 사업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비용을 반씩 분담하고 있다. 종자수입 업무는 NH무역이 대행하고 있다.
이들 수입업자들은 불량종자를 들여오기 위해 관계 공무원 등에 대한 금품살포에도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종자 검역 편의 제공 청탁과 함께 2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농림부 공무원 홍모(45)씨, “불법종자를 눈감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술값을 대신 계산하도록 요구하는 등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NH무역 안모 팀장(4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농협물류 직원 또 다른 홍모(34)씨가 운송업체 선정 특혜 제공 대가로 8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했으나 홍씨가 받은 돈을 모두 돌려줘 구속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편, 전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심재돈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한국영농신문 대표 민모(55)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민씨는 저수지 준설허가를 돕는 대가로 골재체취업자로부터 8000만원, 대체작물 납품 청탁 대가로 종자수입업자로부터 7600만원 등 억대 로비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수사단계에서 민씨가 받은 로비자금 중 일부가 당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을 지낸 홍문표 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흘러간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당국은 민씨에게 청탁했던 종자수입업자가 2007년부터 올해 초까지 전남도내 녹비종자를 독점 납품한 점에 주목해 실제 로비가 이뤄졌는지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민씨가 받은 돈이 실제로 홍 의원에게 전달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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