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도중 이 인사로부터 다소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다. 요지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에 대한 제3국의 침략을 자국에 대한 침략으로 해석해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는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 헌장에 보장된 독립국가의 당연한 권리며 일본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민지 피해 의식에 찌들어서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부활 추진이 논란이 되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시했었다. 그러나 내부엔 "당연한 권리이고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된다"며 받아들이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말처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과연 당연한 권리인가? 일본이 '보통 국가'였다면 그렇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ㆍ중국을 식민지배하면서 엄청난 인명을 학살ㆍ착취했으며, 2차대전을 일으켜 세계적 재앙을 가져온 전범 국가다.
이런 일본에게 집단적 자위권을 부활시켜 주는 것은 문제다. 우선 우리나라 국민들이 받아들지 못한다.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여부는 해당 국가의 자의적 해석에 달려 있다. 또 현재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한ㆍ미ㆍ일 3각 안보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부활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군이 자의적으로 우리나라에 진입해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36년간 일본 식민지 지배에 시달린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얘기인가?
동북아의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를 보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부활은 결국 미국이 재정난으로 중국 견제가 힘겨워지자 일본의 힘을 빌리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미국의 외교 정책에 휩쓸려다간 대중국 관계가 경색될 것이 뻔하다.
반미ㆍ친중하자는 것도 아니고 좌ㆍ우 이념을 따질 사안도 아니다. 현실적으로 보자. 우리나라는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틈에 끼어 있다. 적절한 외교적 줄타기가 필수다. 경제적으로도 대중국 의존도가 이미 미국을 능가했다. 12년 전 '마늘 수입 파동'의 악몽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은가?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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