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피에스넷, 6억4900만원 과징금...'통행세' 첫 제재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롯데피에스넷이 중간에 계열회사를 끼워 넣어 중간마진을 챙길 수 있도록 부당지원한 행위로 총 6억49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을 통해 간접 구매방식을 택한 것은 롯데알미늄을 부당지원한 행위"라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대기업의 '통행세' 부당지원과 관련한 공정위의 첫 제재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그룹(롯데닷컴·롯데정보통신)이 지분 55.24%를 소유하고 있는 롯데피에스넷은 2009년 9월부터 현재까지 ATM기를 제조사인 네오아이씨피에게 직접 구매할 수 있음에도 롯데알미늄(구 롯데기공)을 통해 구매했다.
이 기간 동안 롯데알미늄이 중간차익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총 41억5100원. 형식적 투자금 2억1700만원을 차감하면 총 39억3400만원이다. 롯데알미늄 3년(2009~2011)간 당기순이익의 85.2%에 이르는 규모다.
공정위는 2008년 롯데피에스넷이 ATM기 제조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롯데그룹 신동빈 당시 부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있다. 신동빈 부회장은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경영상 어려움이 있었던 롯데기공을 거래 중간단계에 끼워 넣도록 지시했다. 공정위는 "ATM사업경험이 전무했던 롯데기공을 중간다리로 넣은 것은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주려고 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부당지원을 통해 2008년까지만해도 88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보던 롯데기공은 이듬해부터 흑자로 전환되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됐다고 공정위는 주장했다.
신영선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롯데피에스넷의 간접구매방식은 직접 ATM기를 구매하는 통상적인 거래관행과도 배치된다"고 말했다. 다른 경쟁사업자 모두 직접 ATM기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되며 롯데피에스넷 또한 본 건 외에는 모두 직접 구매해 왔다는 것이 공정위의 주장이다.
중간거래사인 롯데알미늄의 역할이 미비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 국장은 "중간거래를 통해 어떠한 경제적 효율도 발생하지 않았고 롯데알미늄은 형식적인 역할만 수행하면서 중간마진을 챙겼다"며 "유지보수가 필수적인 ATM기의 특성상 중간 유통업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롯데측은 "신동빈 당시 부회장의 지시는 인정하나 경영상 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지시였다"며 "롯데알미늄은 단순한 재판매사업자가 아니라 ATM개발에 참여하는 등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공정위는 개발비 지출 등의 역할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행위주체만 책임을 지도록 돼있는 공정거래법 체계상의 이유로 수혜를 입은 롯데알미늄과 행위를 지시한 롯데그룹 총수에 대한 제재는 따로 없다. 공정위는 "이같은 결과로 인해 과징금을 물게 된 롯데계열사 외 주주들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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