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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어사회-잡푸어]하루 14시간..코피 쏟는 알바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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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195만원 벌어 대출금 등 빼면 여윳돈 15만원
근로 빈곤층 전체가구 중 8.5%..비정규직도 600만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심 모(28ㆍ남)씨는 아르바이트만 5개를 하는 일명 '알바족'이다. 평일에는 편의점과 커피전문점에서 주말에는 예식장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평일에는 13시간, 주말에는 14시간을 일해 일주일간 48만5000원을 번다. 한 달 동안 19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벌지만 그는 늘 쪼들린다.

한 달에 대출원금과 이자로 110만원, 고시원에 40만원, 밥값을 포함한 생활비로 20만원, 교통비로 10만원을 쓰고 나면 남는 돈은 15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루 4시간정도를 자며 거의 모든 시간을 일하지만 저축은 꿈도 못 꾼다. 이른바 '잡푸어(Job poor)'의 현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발표한 '고용을 통한 복지 실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 구성원 가운데 취업자가 있는데도 빈곤 상태인 가구 비중은 1996년 전체가구의 6.5%에서 지난해 8.5%로 높아졌다. 100가구 가운데 8가구가 일을해도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잡푸어'인 실상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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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빈곤층이 늘어나는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임금이 적은 임시직ㆍ일용직ㆍ비정규직은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는 599만5000명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집계하는 방식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다. 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 근로자를 빼고 남은 수를 정규 근로자로 보기 때문에 실제 비정규 근로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모씨와 같은 청년근로빈곤층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청년연대와 홍희덕 전 국회의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19세부터 34세까지 청년들의 절반 이상인 54%가 월평균소득이 15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는 2011년 최저임금 기준인 월 90만원도 받지 못했다. 반면 응답자 중 18%는 주 50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박사는 "25세 청년이 1년 미취업 상태에 있을 때 기회비용의 상실로 따지면 연봉만큼인 3700만원만을 손해보는 것이지만 근속연수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제론 3억원 가까이 손해보는 셈"이라며 "청년 빈곤은 이후의 전체 생에 미치는 효과가 중장년층에 비해서 크다"고 지적했다.
고학력자인 박 모(27ㆍ남)씨도 스스로를 '잡푸어'라고 칭한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학교근처에서 학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직을 준비했다. 한달 수입은 100만원 남짓. 이마저도 이것저것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은 10만원에 불과하다. 내년부터는 7년간 학자금 1455만원을 상환해야하는 부담까지 더해진다.

각종 대출금도 잡푸어를 더욱 옥죄는 요소다. 앞서 밝힌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선 10명중 4명이 학자금 대출 경험이 있었다. 주거비와 생활비 때문에 빚을 진 경험도 각각 27%와 21% 였다.

대출금 상환에 허덕이는 청년층이 밝은 미래를 설계하기란 어렵다. 더구나 신용도가 낮은 청년층의 경우 제도권 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비제도권 금융기관의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이는 자칫 고리의 악순환,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될 가능성을 높인다.

잡푸어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로 이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이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며 허덕이는 상황에서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기란 꿈같은 소리다.

금재호 박사는 "어디에나 일자리간의 질적인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일자리간 양극화는 정도가 심하다"며 "처음에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은 시간이 지나도 좋은 일자리로 이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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