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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눌린 시장, 규제원칙 따질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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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증권산업, 부활 모멘텀 찾아라
<상>규제-활성화 정책 엇박자


짓눌린 시장, 규제원칙 따질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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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정재우 기자] 자본시장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산업이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불황의 여파로 수익성이 급락한 상황에서 시장 부양을 앞세운 정부의 각종 정책은 증권사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증권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론 놓고 이해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무관심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증권산업이 새롭게 성장곡선을 그려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
“장맛비 속에 우산 없이 서있는 기분입니다.”

중위권 증권사 고위임원은 최근의 업계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시장과 업계가 어려울 때 정부 정책기조는 업계의 애로를 해소해주고, 이들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노력을 지원하며, 규제를 완화해 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이 임원은 그러나 올 들어 정부와 국회의 주식시장 정책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좌’에 편향된 규제 정책이 업계의 입지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금융당국의 증권 거래 유관기관 거래 수수료 20%폭 일괄 인하 발표는 증권사들에게 사실상 주식매매 위탁수수료 인하에 동참하라는 ‘명령’이었다. 전체 매출에서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5∼70%에 달하는 사정은 고려되지 않은채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에 막혀 증권사들은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했다.
결과는 주식시장은 살아나지 않은 채 증권사의 수익만 까먹었다. 코스피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은 수수료 인하 정책 실시 이전인 4월 4조9650억원이으나 실시 이후 5월 4조6911억원, 6월에는 4조706억원으로 또 떨어졌다.

62개 증권사의 2011년 회계연도 4분기(2012년 1∼3월) 수탁수수료는 1조25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4249억원에 비해 12.1%(1727억원)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같은 기간 516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8.7%나 줄었다. 정책 시행 전 이같이 실적이 떨어졌으니 올 4∼6월 기간에는 더욱 더 악화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강제적인 수수료 0.001% 인하가 업계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

최근 정부와 국회의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 추진 발표는 주식워런트 증권(ELW)에 대한 3차 고강도 규제와 코스피200 옵션 승수 5배 인상에 이어지는 증권업계에 대한 또 다른 재앙이다.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은 심각한 수준까지 위축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 파생상품인 선물ㆍ옵션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 8월 84조2829억원에서 올 7월 들어서는 54조4780억원으로 1년도 안돼 무려 35.4%나 급감했다. 거래량 기준 13년간 파생상품 시장 1위를 지켰던 한국은 올 1ㆍ4분기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과 스웨덴도 실패했고, 유일하게 거래세를 도입한 대만도 시장 위축을 겪고 있는 사례를 보고도 한국은 이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 시장 세계 1위의 지위를 더 키울 수 있도록 전향적인 정책을 펴야 하는데 오히려 위축이 불가피한 제도를 시행하려 한다니 이게 과연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며 정부와 국회를 강력히 비판했다.

더불어 정부는 투자자가 최초 거래시나 미결제 약정이 없는 상태에서 주문을 제출할 때 증권사에 일정 수준의 기본 예탁금을 내도록 하는 ‘주식워런트증권(ELW) 기본예탁금제도’를 비롯해 ‘개인투자자의 선물옵션 거래 제한’,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의무화’ 등을 실시하고 있다. ELW 기본예탁제 실시와 선물옵션거래 제한은 거래대금 급감을,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의무화는 수요예측결과가 맞지 않을 경우 증권사가 고가(저금리) 미매각물량을 인수하면서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등 업계의 희생을 볼모로 추진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가 투자자보호라는 명분으로 규제를 시행한다지만 이들중 상당수는 증권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다”라면서 “지금도 지시를 내리면 줄을 서서 따라올 것이라는 의식 때문에 증권사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채명석 기자 oricms@
정재우 기자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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