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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도둑 잡아라" 요즘 獨기차가 자주 늦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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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최근 독일 그로스베렌 인근의 철로에서 배낭을 짊어진 한 청년이 경관 두 명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그는 기차를 놓쳤다고 변명했지만 수상쩍다고 느낀 경관들은 배낭을 열어보라고 요구했다. 청년의 배낭 안에는 장갑, 토치, 24kg의 구리 케이블이 들어 있었다. “이런, 당신들에게 붙잡힌 것 같네요.” 청년의 말이었다.

독일 전국 3만3500km에 걸친 철도 선로마다 요즘 구리도둑 잡기 비상이 걸렸다. 거의 매일 이같은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이 독일 국영철도회사 도이체반(DB, Deutsche Bahn) 측의 설명이다. 14일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구리 케이블 절도는 단지 ‘겁없는’ 아마추어들을 넘어 조직범죄화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달 하노버와 함부르크를 잇는 철도구간에서는 2km 길이의 구리 와이어케이블을 들어낸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이 때문에 해당 구간 철도가 8시간 넘게 폐쇄됐고 100여대의 기차편이 우회해야 했다. DB는 비용 손실뿐만 아니라 여론의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지난해 글로벌 원자재시장에서 구리값이 치솟자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이같은 구리 절도행위가 기승을 부렸다. 훔친 구리 케이블은 1kg당 6유로(약 8400원) 정도에 팔 수 있으며 대부분이 인근 외국으로 유출된다. DB는 지금까지 3000건 이상의 절도행위로 1만1000편의 기차가 지연되거나 우회했고 이에 따른 지연시간은 2500시간에 이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에 적발되는 사례는 20%에 불과하다.

결국 철도당국은 구리 절도행위 근절을 위해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지난 10일 국영 DB와 통신회사 도이체텔레콤, 전력회사 RWE는 독일철강산업협회(VDM)과 공동으로 철로, 통신회선, 전력선을 쉽게 빼내지 못하도록 기술개발 등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DB는 철로용 구리 케이블에 첨단 화학물질을 발라 추적을 용이하도록 만들었다. 용의자의 손이나 도구, 또는 케이블을 자외선스캐너를 통해 식별하면 도난된 것임은 물론 원래 어디에 있던 것인지도 알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유럽 각국간 국경에서 언어 등의 차이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어가 가능한 국가에서는 절도사건이 적발된 지 한 시간 안에 이웃나라 관계당국에 통보 및 조치가 가능하지만, 비독어권 국가에서는 이조차도 쉽지 않아 여전히 많은 수의 구리를 실은 트럭들이 국경을 넘어 빠져나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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