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인터넷시대와 일본의 침몰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갈라파고스 제도는 남아메리카로부터 1000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19개 화산섬과 암초의 집합으로 타 지역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고유종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찰스 다윈이 이 곳의 고유종인 흉내지빠귀와 거북이를 보고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다듬게 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 고유종들은 그만큼 허약했다. 외부 세계와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다른 종들이 유입되자 고유종들은 쉽게 멸종의 위기에 처한다. 지금 일본의 상황이다.


일본의 상황을 갈라파고스에 빗대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것은 나쓰노 다케시 게이오대 교수였다. 그는 일본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아이모드(I-mode)를 개발한 주역이다. 일본은 스마트폰 보급 이전부터 휴대전화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가 크게 발달해있었다. 그러나 자국에만 맞는 표준과 기술체계를 고집한 결과 해외의 서비스가 일본에 정착하지 못하고 수출도 어려운 고립 상황에 놓인다. 딱 갈라파고스 섬의 상황이다. 단순히 휴대전화뿐만이 아니다. IT를 위시한 일본의 기술산업은 1980년대부터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세계화'에 게을렀다. 이는 결국 소외와 퇴락으로 이어졌다.

'인터넷 시대와 일본의 침몰'은 일본의 이러한 고립을 좀 더 큰 폭으로 다룬다. 스마트폰의 도입은 인터넷 사회를 더욱 고도화했다. 변모하는 사회의 양상에 일본의 전통적 문화와 기질은 적응을 어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동일성과 결속력을 중시하는 국가다. 20세기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인터넷 사회의 속성과는 맞지 않는다. 교육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이질성을 다루고 조정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다. 저자는 도쿄대 재직 당시 학생들에게 꿈을 묻자 미츠이물산이나 히타치제작소 등 '취업하고 싶은 기업'의 이름을 말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한다. 미래를 담당할 엘리트조차 '꿈'과 '취직활동'을 구분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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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 사회는 일본과 많은 부분 닮아 있다. 보수적 사회시스템과 획일화는 한국의 내부에서도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점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어느 쪽이 먼저 가라앉을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세계화로 생존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자극을 주는 책이다.

인터넷 시대와 일본의 침몰/위정현 지음/한경사/1만 8000원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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