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런 초우량기업 지분 49%를 매각하겠다고 한다. 인천공항의 3단계 투자 재원(4조원) 마련과 함께 선진 공항운영 기법 도입이 정부가 내세우는 매각 목적이다. 기업이 잘 나갈 때 주식을 매각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경영전략의 한 방편일 수 있다. 지금은 1등이지만 혹시 뒤쳐질지도 모르니 공항 운영 노하우가 있는 외국 투자자에 매각해 공항 운영과 관련된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다.
인천공항 주식 매각이 능사가 아니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사법 제14조에 규정된 회사채를 발행해 건설자금을 조달하면 된다. 우량기업이므로 조달 금리는 일반 시중금리 수준일 것이다. 자금 조달에 있어 회사채 발행과 주식 매각의 차이는 공항의 주인이 바뀐다는 점이다. 회사채 발행은 정부가 계속 주인이지만, 주식 매각은 제3자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정부는 49%만 매각하니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지분 49%가 뭉치면 정부 마음대로 일이 될 리 만무하다.
또 다른 방법은 인천국제공항사법 제15조에 근거해 추가적인 공항시설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시중은행 등에서 차입하면 된다. 우량기업인데다 부채비율이 낮으므로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려 들 것이다. 차입을 하면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이자 지급으로 유동성이 악화될 염려는 있지만, 매해 3000억원 정도 흑자를 내고 있으니 회사 내부 유보금을 활용하면 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식 매각을 고집하는 것은 이상하다. 사족이지만, 주식 매각 시 누가 가장 큰 수혜자일까? 정부안대로 하면 처음에야 국민 또는 외국 항공사가 주식을 사겠지만, 최종적으로 해외 투기자본 몫이 될 것이다. 국민주야 배당보다 매매차익에 관심이 더 많으니 대부분 시장에 내다팔 것이고, 외국 항공사도 수지가 맞지 않으면 매각할 것이다. 그 뒤에 해외 투기자본이 기다리고 있다. 자칫 인천공항도 론스타에 당한 외환은행 신세가 될 수 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시중에는 오래 전부터 인천공항 매각 주장의 언저리에 정치 실력자의 아들이 근무하는 M회사가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해외 투기자본에 나라가 농락당하는 것은 외환은행 사태 하나로 충분하다. 경험상 무리한 대형 사업 뒤에는 구린 돈이 있다.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천공항 문제는 다음 정부가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에 다 때가 있다. 솔로몬의 고백이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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