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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대공황 우려는 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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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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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제2의 대공황이 닥친 것 아닌가.'

2008년 미국에서 벌어진 서브 프라임 사태가 전세계 경제를 강타하자 '대공황의 공포'가 덮쳤다. 예측하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충격에 처하자 경제학자들은 처음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위기"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그러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며 위기의 등급을 높였다. 전시경제체제이어서 경기순환 측면에서 분석할 대상이 아닌 2차대전 시기를 건너뛴 것이다.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이 닥치리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미국 경제가 붕괴된 부동산 버블의 잔해를 복구하며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지만 대공황의 공포는 잦아들지 않았다. 세계경제가 대공황 때처럼 회복되는 듯하다가 다시 가라앉으며 W자를 그린다는 '더블 딥' 예측이 끊이지 않았다. 두 번째 경기 하강은 첫 번째 후퇴 못지 않게 심각하리라고들 점쳤다. 더블 딥 우려는 대공황의 공포와 맥락이 비슷하다. 1929년 월가 폭락과 함께 막이 오른 대공황은 두 차례에 걸쳐 닥쳤다. 첫 침체 이후 미국 경제는 1935년에 활력을 되찾았다. 그러나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주저앉았다. 대공황은 1939년 2차대전이 발발하고 경제가 전시 총동원 체제로 돌입하면서 끝났다.

유럽 재정위기가 나라와 양상을 바꿔가면서 좀처럼 매듭이 지어지지 않자 경제에위기감이 다시 짙게 드리웠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초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촉발된 유럽 재정위기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큰 경제적 충격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후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준비를 잘 해서 큰 문제 없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이 확산된 지 한참 뒤였다.

미국 경제가 기력을 되찾기 전 유럽이 휘청대자 비관론이 힘을 얻은 것은 이해된다. 그러나 유럽 위기가 대공황에 버금가는 장기침체로 번지기는 매우 어렵다. 대공황은 주요 경제국이 치명적인 실책을 주고받아 사태를 증폭시키면서 자초한 결과였다. 우선 미국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북돋우기는커녕 1932년에 증세 조치를 취했다. 재정균형을 맞춰 자신감을 회복한다는 취지에서였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은 경기진작에 실질적인 힘을 주지 못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은 전임자 후버 대통령처럼 재정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믿었다.
금융정책도 거꾸로 갔다. 대공황이 발발한 당시 세계경제는 금본위제였다. 금본위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미국경제는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을 따라 회복됐을지도 몰랐다. 미국 내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입이 감소한다. 무역수지 흑자폭이 확대되고 금이 대량으로 유입된다. 화폐 공급이 늘어나 경기를 띄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도리어 차단했다. FRB는 경기보다 통화정책 완화가 투기에 미칠 영향을 더 걱정했다. FRB는 늘어난 금을 국채 발행을 통해 흡수했고, 시중 자금사정은 더 빠듯해졌다. 게다가 주요 경제국들은 수요 감소와 경기 둔화에 대응해 수입을 줄이겠다며 경쟁적으로 관세를 높였다.

유럽 재정위기가 상당 기간 짓누르더라도 세계경제가 대공황으로 곤두박질칠 가능성은 미미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대공황으로 가려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경제가 경제를 옥죄는 재정ㆍ통화ㆍ무역정책을 경쟁적으로 펴야 한다.

그러나 경제는 상당 부분 심리에 좌우된다. 어두운 전망에 휩싸인 경제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아래로 흘러간다.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비관론은 세계경제를 대공황으로 몰고가지는 못하지만 경기하강 기간을 늘리고 폭을 키울 수 있다. 경제연구기관과 정책 당국자는 소신껏 분석하고 신중하게 발언하기 기대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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