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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리포트는 '짜맞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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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소비자보고서 '무조건 저렴한 제품' 추천 종용 논란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공정위 입맛대로 편집하는 게 어떻게 컨슈머리포트(소비자 보고서)인가요? 이건 폴리시리포트(정책 보고서)에요."

공정거래위원회가 컨슈머리포트(소비자보고서)를 만드는 소비자 단체들을 압박해 비교 결과를 편집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컨슈머리포트를 '물가잡는 칼'로 쓰기 위해 제품 특성이나 품질ㆍ선호도는 무시하고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추천하라고 종용해왔다는 주장이다.
컨슈머리포트는 공정위가 공공기관인 소비자원이나 각 소비자 단체에 예산을 줘 제작한다. 올해 예산은 9억9000만원. 여기서 7억7000만원이 소비자원 몫이고, 나머지 2억2000만원으로 소비자 단체에 용역을 준다. 소비자 단체들은 상ㆍ하반기로 나눠 공정위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여기서 채택된 단체가 컨슈머리포트를 만든다. 제조업에 빗대면 공정위에서 하청을 받아 컨슈머리포트를 납품하는 셈이다.

A시민단체 관계자는 5일 "컨슈머리포트를 만드는 동안 공정위와 적잖은 갈등이 있었다"면서 "초안과 달리 최종 보고서에는 공정위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가 '이걸 이렇게 바꾸라'고 적시하는 일은 없지만, 메일이나 전화 또는 회의를 통해 'OO이 반영됐으면 하는 게 공정위의 의견'이라는 말을 리포트가 수정될 때까지 한다"면서 "예산을 지원하는 공정위가 의지를 관철시킬 때까지 같은 말을 반복한다는 건 압력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되물었다.
B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공정위의 컨슈머리포트는 '소비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 대신 '공정위가 알려주고 싶은 정보'를 담은 전형적인 관제 리포트"라고 비판했다.

그는 "추천할 만한 좋은 상품은 값이 저렴한 것 외에도 애프터서비스(AS)나 내구성, 안전성,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준에 따라 추려내야 하는데도 요사이 컨슈머리포트 추천 상품은 무조건 '싼 것'"이라면서 "공정위가 소비자들에겐 '싼 게 최고'라고 말하고, 기업들에겐 '값을 내리라'고 강요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정책국장은 "컨슈머리포트가 나와 소비자들이 광고 대신 정보를 근거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건 반갑지만, 최종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남희 전(前)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공정위가 컨슈머리포트를 통한 여론몰이에 몰두하다보니 소비자 단체를 압박해 함량 미달의 리포트를 대량생산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단체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C시민단체 관계자는 "애초부터 물가잡는 칼로 쓰려는 걸 알면서 소비자 단체들이 공정위의 컨슈머리포트 용역 발주에 응한 게 잘못"이라면서 "컨슈머리포트 제작을 원점에서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곽세붕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곽 국장은 "공정위는 컨슈머리포트 제작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살피면서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고루 반영해달라고 요청할 뿐 평가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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