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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뛰어넘은 언어와 장애 벽

최종수정 2012.07.02 11:10 기사입력 2012.07.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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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건창호 주최 '베를린 필하모닉 브라스 밴드'의 시각장애학교 '인천 혜광학교' 학생 위한 마스터클래스 열려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음악’의 힘은 위대했다. 말이 통하지 않거나 서로 시선이 마주치지 않아도 문제가 안 됐다.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자들과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서다.
지난 1일, 인천 이건 본사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브라스 앙상블과 시각장애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이 함께 곡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이건 본사에서 베를린 필하모닉 브라스 앙상블과 시각장애학교인 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이 함께 곡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1일 창호전문기업 이건에서 마련한 무료음악회에 앞서 베를린 필하모닉 브라스 밴드 연주자들은 혜광학교 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마스터 클래스'를 열었다. 브라스 밴드(brass band)란 오케스트라에서 금관악기 주자들의 합주체로 트럼펫, 트럼본, 튜바, 호른 등의 악기로 구성된다.

무대엔 5명의 스승과 같은 악기를 손에 쥔 5명의 제자들이 나란히 섰다. 이들은 눈빛을 주고받는 대신 악기의 울림과 소리로 교감했다. 학생들이 대중가요를 편곡한 ‘사랑은’, ‘도레미송’, ‘즐거운 나의집’ 등을 연주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세심한 조언이 이어졌다.
호르니스트 새라 윌라스씨는 “오케스트라는 함께 연주하는 것이어서 서로의 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며 “반주부분에서는 짧고 가볍게 리듬을 맞추면서 멜로디를 집중해서 들으라”고 조언했다.

“얼마나 연습하면 선생님들처럼 연주할 수 있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가보 타코비 수석 트럼펫티스트는 “조금씩이라도 매일 연습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매일 몇 시간씩 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계속 하다보면 어느새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일일 선생님으로 나선 연주자들이 시각장애인인 학생들이 어떻게 연습하는지 궁금해하자 트럼본 주자인 원희승(19)씨는 “짧은 곡은 소리를 듣고 외워서 연주하지만, 길이가 긴 곡들은 점자악보를 통해서 곡을 익힌다”고 답하기도 했다.
혜광학교 원희승(19)군과 베를린 필하모닉 트롬보니스트 토마스레옌데커가 나란히 서서 연주 중이다.

혜광학교 원희승(19)군과 베를린 필하모닉 트롬보니스트 토마스레옌데커가 나란히 서서 연주 중이다.


음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원씨는 “혼자하는 연주가 아니다보니 악보를 외울 때 더 힘들지만, 여러 소리가 어우러져서 나는 풍부한 하모니가 좋아 오케스트라에 빠지게 됐다”며 “이번 마스터클래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음대라는 곳이 마냥 두려운 곳이 아니고, 음악이라는 것 역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도 보여주려고 했다"며 “앞으로 나는 그냥 한 명의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베를린 필하모닉 브라스밴드는 매년 수 차례씩 마스터클래스를 열어 학생들을 지도해왔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의 수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라 윌라스씨는 “악보를 볼 수 없는 학생들의 연주를 들어보니 멋졌고 함께 연주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보통은 레슨할 때 표정이나 손의 위치 등 직접 연주를 보여주면서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소리를 통해서만 교감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소리에 더 집중해서 잘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이석주 혜광학교 교감은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학생들을 직접 지도해주니 학생들의 기량이 크게 성장한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 교감은 "사회에 나가는 장애인에게 '음악'은 비장애인과 교감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이라며 “학생들이 악기를 다룰 수 있다면 사회로 나가 직장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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