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인도,러시아 등 신흥시장 통화가치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유로존 국채위기에 따른 달러라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 확산이 원인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고속성장을 구가해온 신흥시장의 성장률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있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흥시장 통화는 2·4분기에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서면서 10년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이 기간중 브라질 헤알은 달러화에 대해 11.90% 하락했고 러시아 루블은 11.02%가 떨어졌다. 인도의 루피는 10.95%가 떨어졌으며,체코의 크라운은 10%,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란드는 9.3%, 폴란드의 즐로티는 8.6%,멕시코의 페소는 6.8%가 각각 하락했다.

FT는 “2.4분기 신흥시장 통화 기록은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흥시장 통화 가치 하락 요인은 크게 세가지가 꼽힌다. 유로존 국채위기에 직면해 투자자들이 안전한 달러로 이탈하는 게 첫 번째 원인이다.금속과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상품’ 수출국인 러시아에서 돈을 뺀 것은 단적인 예이다. 지난해 800억 달러의 자금이 순 유출된 데 이어 올들어 5개월간 465억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루블 하락을 부채질했다.

둘째는 지난 10년간의 신흥시장의 고속성장이 끝날 것이라는 염려다.다시 말해 중국과 인도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이후 그랬던 것처럼 세계 경제를 다시 시동걸 수 없다고 판단하고 관련국 통화를 내던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과 러시아,인도 등 3개국에 투자됐던 많은 유동성이 이런 판단에 따라 빠지면서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하락률이 컸다. 역으로 이는 그만큼 이 3개국에 걸었던 투자자들의 기대
가 컸다는 뜻도 된다.


프랑스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꼴의 외환부문 대표인 세바스찬 바르베는 “뉴 노멀(new normal)이 임박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면서 “시장은 뉴노멀을 가격에 반영하려고 한다”고 진단했다.


시대변화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을 뜻하는 뉴노멀은 중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10%에서 7%가 되는 것일 수도 있고, 태국같은 수출지향 국가에게는 저성장과 변동성증가 일 수도 있다고 FT는 설명했다.그것은 모든 나라에 불확실성을 가져오며, 위험회피를 하는 시장환경에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한다는 것이다.


신흥국들도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멈출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인도는 달러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외국인의 국채 투자한도를 200억 달러로 50억 달러 상향조정하고 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루피는 거의 매일 사상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신흥시장 통화가치 하락이 갖는 문제의 심각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구촌 성장을 견인하다시피 해온 브릭스 국가중 3개국인 브라질과 러시아,인도가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면 달러표시 수출상품의 가격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만큼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낳지만 역으로 수입품 가격을 높여 수입물가와 일반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특히 원유 수요의 80%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인도는 물가상승과 재정적자 악화로 경제에 골병이 들고 있다. 또 외화를 차입한 기업들은 상환부담이 늘어나 심각한 자금압박으로 겪을 수도 있다. 수출증가에 비해 부작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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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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