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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나기’ 속에 300여건의 특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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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에 나오는 들풀, 들꽃 등 자생식물은 천연물신약 보고…2000∼2011년 2200여건 특허등록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블록버스터신약 ‘비아그라’의 복제약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천연물신약’이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위기의 국내 제약산업에 새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특허청은 2000~2011년 천연물신약과 관련된 특허등록건수가 2500여건이며 자생식물을 이용하는 천연물신약 관련특허가 차지하는 비율이 2200여건으로 90%에 이른다고 19일 밝혔다.
◆들풀, 들꽃 등에서만 300여건 천연물의약 특허출원=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다룬 황순원의 단편소설 ‘소나기’에서 등장하는 들풀과 들꽃 등에서만 300여건의 천연물의약 특허출원이 있을 정도다.

소녀가 조약돌을 던지고 단발머리를 나풀거리며 사라지던 갈꽃 밭의 갈대는 2000년 이후 비만치료제 등으로 11건이 특허출원 됐다.

소설내용 중 ▲소년이 징검다리에서 소녀를 흉내 내다 부끄러워 달아나던 메밀밭의 메밀은 혈전치료제 등으로 38건 ▲소년이 소녀에게 한 옴큼 꺾어준 들국화 60건 ▲싸리꽃 8건 ▲도라지꽃 136건 ▲소녀가 양산 받듯이 해보인 노란색의 마타리꽃 7건 등의 식물도 아토피, 심혈관계 질환 및 염증치료제 등으로 특허출원 됐다.
또 소녀가 서울 학교의 등나무 꽃 같다고 여긴 칡꽃의 칡은 치매치료제 등으로 24건 출원되는 등 소설에 나오는 국내 자생식물들 만으로도 2000년 이후 300여건의 천연물신약 관련특허출원이 이뤄졌다.

2000~2011년 의약분야 특허권에서도 자생식물을 이용한 천연물신약 관련특허비율은 매우 높다. 이 기간 중 천연물신약 관련특허등록은 2488건으로 이 가운데 내국인은 2267건(91.2 %)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합성물질을 원료로 하는 의약용도 관련 전체 특허등록건수(3593건, 이중 내국인 1422건)에 가깝다. 내국인의 국제특허출원(PCT) 중에서도 천연물신약관련 출원은 328건으로 전체의약관련 국제특허출원(1009건)의 24%다.

이런 통계로부터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을 이용한 천연물신약 관련보유특허는 세계적 수준이다. 외국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한 준비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서 상업적 성공 거둔 천연물신약도 많아=이를 통해 국내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천연물신약도 적잖다. 누적매출액 3000억이 넘는 위염치료제 ‘스티렌정(동아제약)’은 쑥, 1000억원대의 관절염치료제 ‘조인스정(SK케미칼)’은 꿀 풀, 하눌타리라는 쉽게 볼 수 있는 자생식물이 원료다.

최근 허가된 3종의 천연물신약원료도 담쟁이덩굴(시네츄라시럽, 기관지염치료제, 안국약품), 나팔꽃(모티리톤정, 소화불량치료제, 동아제약) 등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자생식물이다.

우리나라는 300여종의 우리 고유의 특산식물을 포함하는 4500여종의 식물이 자생하며 전통적으로도 자생식물을 약물치료에 이용하는 지식이 풍부해 천연물신약연구가 활발하다.

◆복제약 중심 국내 제약사 특허권 제품화 부실=다만 천연물신약이 복제약 중심의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에 맞설 수 있는 비교우위분야로 평가되지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다.

등록특허로 보면 허가나 시판된 천연물신약이 합성신약보다 매우 적은 편이다. 출원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학 등의 기초연구기관의 특허권이 제품화까지는 이어지지 못해 산·학·연 간의 특허권공유가 전략적으로 이뤄져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식물과 같은 유전자원을 이용해 얻은 이익을 원산지국가와 공유해야 한다는 ‘나고야의정서’도 복병이어서 우리나라 특산식물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신약개발전략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천연물의약 전담심사파트를 운영하고 천연물에 관한 심사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품질의 천연물신약특허권을 획득할 수 있게 돕고 있다.

홍정표 특허청 화학생명공학심사국장은 “천연물신약은 복수의 식물추출물을 섞는 경우가 많아 특허권을 갖고 있어도 침해우려가 높아 용도특허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합성신약과 같이 원료물질자체의 물질특허란 강력한 특허권 받기에도 힘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연물신약’이란?
주로 식물추출물을 이용하며 광물, 동물 또는 미생물로부터도 얻어지는 의약품으로서 조성성분, 효능 등이 새로운 의약품을 일컫는다.

☞‘나고야의정서’란?
생물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서로 나누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이다.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하는 나라는 그 자원을 제공하는 국가에 사전 통보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유전자원 이용으로 생긴 금전적, 비금전적 이익은 합의된 계약조건에 따라 함께 나눠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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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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