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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등산, 아웃도어…그리고 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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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 등산용품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었다.

군수품을 개조한 엉성한 등산용품이 초기 시장을 형성했던 60년대 말, 그때만 하더라도 산에 다니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던 때였다. 당연히 등산은 일이 없는 백수나 극소수의 전문가만 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므로 등산장비를 만들거나 수입하는 사람도 없었을 때였다. 통관절차를 거친 등산장비 수입품도 세관 당국의 눈으로 볼 땐 사치품으로 분류해 높은 관세를 물렸다.
당시에는 텐트와 침낭, 배낭은 미군 야전용 일색이었다. 취사도구도 군용 반합이었고 등산복도 군복을 개조해 염색한 것을 입고 다녔다. 신발도 워커가 주를 이뤘으니 군수품이라고 헌병에게 빼앗기기도 했던 웃지 못할 시절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초반부터 국산장비라고 부를 수 있는 등산용품이 양산되기 시작했고 이 시기가 바로 한국 등산용품의 여명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상경해 옷 도매장사를 하던 이모를 도와 2년간 생산과 유통, 자재, 경리, 자금의 모든 부분을 관리하며 장사를 배웠던 그 시절, 남대문에서 성행하던 좌판 수준의 군용 개조 등산 장비업을 유심히 살펴보다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등산용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라산 자락에서 태어나 산을 좋아하는 탓도 있었으나 분명 사업으로서 전망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판단으로는 경제가 발전하는 속도에 비례해 등산용품 시장도 분명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산을 다니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웃도어 시장이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다. 다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처럼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 필연적으로 야외 활동의 빈도가 잦아진다는 걸 믿고 분명히 호황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패션업계에서 '대세는 바로 아웃도어'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아웃도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실로 대단했다. 2000년대 '웰빙' 바람이 불자 등산과 오토캠핑 등이 사회적 트렌드로 확산됐다. 산에 갈 때만 입는 줄 알았던 각종 등산복과 액세서리류도 일상에서 흔히 쓰이게 됐다.

동진산악은 동대문(종로5가)에서 시작했다. '프로자이언트'라는 브랜드를 써오다 1996년부터 '블랙야크'라는 브랜드를 쓰고 있다. 동진산악 자체 공장에서 '자이언트'라는 브랜드로 처음 배낭을 만들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동호인 중심의 산악회에 배낭을 공급하며 시장을 두드렸다. 그렇지만 국산 등산용품 시장은 도무지 커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977년부터는 '프로자이언트'라는 자체 브랜드로 텐트, 배낭, 침낭, 신발을 비롯한 등산용품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용품의 국산화 초창기였으므로 당시 우리는 손꼽히는 장비제작 업체였다. 우리 동진산악의 본격적인 종로 진출은 군용제품이나 워킹 용품 위주의 판매를 하던 동대문을 전문등산장비 거리로 탈바꿈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 전문 산악인들 사이에 '동대문 간다'는 말은 종로5가에 밀집한 등산장비점으로 물건을 사러 간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등산장비점 하면 일반인에게는 남대문시장의 등산장비점이 주로 알려져 있지만 전문등반가들은 종로를 선호했고 아직도 버릇처럼 종로를 계속 찾고 있다. 당시의 종로5가 매장이 지금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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