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가 캠핑장으로 변했다. '1가구 1텐트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땅만 있으면 어디든 캠핑장이 된다. 일찌감치 더워진 날씨를 피해 야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주요 강변은 온통 텐트로 뒤덮였다. 가족단위의 텐트뿐 아니라 돗자리에 그늘막이만 쳐 놓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즐기는 커플들, 친구들끼리 놀러와 수다를 떠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텐트족 때문에 주요 강변 인근 치킨집 맥줏집 피자집 매출까지 덩달아 올랐다. 서울 외곽이나 지방으로 차를 타고 나가면 이런 텐트족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해변가, 공원 등 바람부는 곳에는 어김없이 텐트를 들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꼭 럭셔리한 텐트가 아니라도 '후두둑' 쉽게 치고 걷을 수 있는 텐트가 가족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유통가 매출을 견인했던 명품ㆍ아웃도어 매출이 저조한 가운데 캠핑용품 매출만 3∼4배 신장하며 재고없는 효자상품으로 떠올랐다.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더위가 찾아오면서 3달이나 빠른 3∼4월부터 캠핑용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겨울ㆍ봄 매출 부진으로 의류재고와 씨름하던 아웃도어 업체들도 최근에는 캠핑용품 매출호조로 그나마 한시름을 덜었다.
코오롱 스포츠의 경우 올들어 지난 27일까지 텐트 및 캠핑용품의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약 200% 성장했다. K2코리아에서는 3월부터 현재까지 캠핑용품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80% 가량 늘어났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최근에는 텐트 설치가 쉬워져서 공간만 허락하면 어디라도 텐트를 쉽게 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집은 꼭 캠핑장이 아니라 한강 인근에도 많이 나간다"면서 "이런 대중화가 매출신장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패션업체들이 재고와 씨름하는 동안 캠핑용품업체들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콜맨 관계자는 "캠핑용품 성수기가 6∼7월인데 올해는 초봄부터 많이 팔렸다"면서 "2∼3년 전부터 캠핑시장이 대중적으로 형성되다보니 매년 100%씩 신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가족형 텐트 뿐 아니라 커플용 텐트, 그늘막이 등 가벼운 제품들도 반응이 좋다"면서 "커플들이 그늘막이만 쳐놓고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는 등 여가를 보내는 경우도 많아졌고, 가벼워서 휴대가 쉬운 그늘막이는 여자분들도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동네텐트족'이 늘어나면서 인근의 치킨 및 맥주, 피자집들도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한강 인근의 치킨집 한 관계자는 "확실히 텐트치는 사람들이 늘어서 배달이 많다"면서 "장사가 된다 싶으니까 치킨집들이 텐트족들을 상대로 전단지를 돌리는 등 홍보도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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