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체험한 베트남전
그런데도 한국인에게 베트남은 낯선 나라였다. 전쟁으로 상처를 주고받았던 국가에 우리는 무관심했다. '전쟁의 슬픔'은 베트남 사람들이 기나긴 전쟁을 어떻게 통과해왔는지 보여주며 그들이 우리와 닮았다는 것을 또 한번 알려준다. 먼저 이 책의 '위상'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1991년 출간된 '전쟁의 슬픔'은 베트남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또한 이 책은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전쟁을 인간적 시각으로 직시한 소설이었다. 위대한 승리와 투쟁이 아니라 포화 속에 찢겨나가는 인간을 그렸다. 그만큼 큰 논란에 휩싸였다. 책은 곧 영어, 불어 등 16개국 언어로 번역돼 출간되었고, 1994년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전쟁의 슬픔'을 최우수 외국소설로 선정한다.
자전소설이라는 '오해'는 일부 설득력이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끼엔에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이 책은 주인공 끼엔의 눈을 빌려 전쟁을 보여준다. 조금은 폐쇄적으로 느껴질 만큼 끼엔의 영역 안에서 이야기를 소화한다.
소설의 시작부터 끼엔은 이미 전장에 내던져진 상태다. 끼엔에게 전쟁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고통이다. 바로 옆의 전우가 순간 죽어나가는 전쟁터에서 끼엔도 상대를 향해 총질을 퍼붓는다. 인간성에 대한 회의가 짧게 스쳐지나가지만 곧 무감해진다.
전쟁의 아픈 기억은 한국인도 못지 않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일면 친숙하게 다가온다.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수많은 문학작품을 접해 온 한국인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낯설던 베트남인들이 '동족'처럼 느껴질 것이다. 동시에 지난 20세기의 현대사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한 번 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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