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대학시절 여자 화장실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 했다가 구속돼 처벌을 받은 B씨. 지금은 그 분야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하는 유명인이 돼 있다. "철없을 때 저지른 실수입니다. 당시에는 어렸던 딸이 이제는 다 자라서 유명해진 아빠 이름으로 검색하다가 그 기사를 보게 될 까봐 잠이 안 옵니다. 저는 당시에 이미 죄값을 다 치렀는데 기사 때문에 지금까지, 앞으로도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기사를 삭제 해 주세요"
사례4:"다 좋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기사 속에 제가 신혼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당시 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였고 곧 해어졌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려는데 그 기사 때문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꼭 삭제 해 주십시오"
이처럼 인터넷에서 기사 삭제를 요청하는 전화를 심심치 않게 받는다. 인간적인 정리로야 모두 삭제를 해주고 싶지만 선뜻 삭제하기가 쉽지 않다. 사안에 따라 다른데다 누구는 삭제 하고 누구는 삭제 하지 않는 것도 문제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에는 ‘역사의 기록’ 기능도 있지 않은가. 비록 과거의 일이 됐지만 분명이 있었던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중재법에는 보도 사실을 인지한지 6개월 이내에 이의 신청을 하도록 돼 있어 오래 된 기사에는 방법이 없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전화로 과거기사 삭제를 호소하거나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첩돼 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도 언론중재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대응이 어렵다”며 “이제는 정책적으로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과거 기사를 삭제하는 방법으로 민사소송이 유일하다. 그러나 실제로 소송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송과정에서 과거의 상처를 다시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독일에서 전과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판례가 있긴 하지만 개인 차원에서 소송은 현실성이 없는 얘기다.
지난 1월 유럽연합(EU)이 이른바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를 법제화 하면서 관련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핵심 쟁점은 역사의 기록, 혹은 국민의 알 권리와 개인의 프라이버시 사이의 가치충돌이다. 잊혀질 권리를 무분별하게 인정한다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사람의 후손이 삭제를 요청한다든가 상습 사기범이 자신의 범죄 보도에 대한 삭제를 요청할 때도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과거 신문을 뒤적여야만 알 수 있던 사실도 지금은 아무리 오래된 일이라도 누구나 검색으로 간단히 확인이 되는 시대다. 미디어 환경이 바뀐 만큼 인권 차원에서 하루빨리 면밀하게 검토 돼야 할 사항이다.
백재현 기자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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