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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단상] 한류(韓流), 한류(寒流) 안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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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9일 프랑스 파리 베르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 아이돌그룹의 K팝 공연은 마치 잠실운동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열광의 도가니였다. 세계 문화예술의 심장부에서 벌어진 일대 '사건'이었다.

또 지난달 국내 한 그룹이 지구 반대쪽 남미 칠레에서 가진 공연에서도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이어졌다. K팝 팬들이 서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나흘 전부터 공연장에서 노숙을 하고 한밤중인데도 공항 입국장에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환호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팬들 중에는 아르헨티나ㆍ페루ㆍ브라질ㆍ우루과이는 물론이고 멀리 스페인에서조차 황급히 날아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듯 요즘 K팝이 전 세계를 호령하며 한류(韓流)의 중심에 서 있다.

1990년대 말 TV드라마로 일기 시작한 한류는 불과 몇 년을 고비로 시들한 듯했다. 그러다가 K팝이 뜨면서 불을 다시 지피는 형국이 됐다. 드라마에 이어 K팝이 몰고 온 한류 열풍은 이제 한식ㆍ한글ㆍ공산품에 이르기까지 그 외연을 점차 넓히고 있다. 한식을 경험하기 위해 세계 유명 셰프들이 속속 한국을 찾는다든지, 중동ㆍ 아프리카 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난다든지 하는 일련의 현상은 한류 다변화의 방증이다.

필자는 사업차 해외출장을 자주 가는 편인데 나갈 때마다 한국의 위상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바이어들이 필자도 잘 모르는 아이돌가수ㆍ탤런트 이름을 척척 대가며 그들 근황을 묻곤 해 난감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실제로 외국에서 흘러나오는 K팝을 듣거나 한국 드라마를 접하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가슴 뭉클함이 느껴진다. 해외 파트너들의 이 같은 관심이 사업하는 데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본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이 한국이라는 나라, 나아가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 기업가로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코리아(Korea)' 하면 웃음부터 짓는 바이어들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자긍심도 느껴진다.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비즈니스를 논한다는 것은 그만큼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프랑스 한류팬 37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류의 위력이 참으로 실감난다. K팝을 접하고 나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됐다고 72%가 응답했다. 또한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 62%,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가 41%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런 한류의 기세가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이어질지 마음 한구석에 도사린 불안감은 떨칠 수가 없다.

얼마 전 한 아이돌그룹이 태국에서 인터뷰 도중 오만하고 거슬리는 언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이 있다. 현지 유력 언론들이 연일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인터넷에도 반(反)한류 댓글이 폭주했다고 한다.주체가 됐든 객체가 됐든 관리가 안 되는 한류는 한순간 신기루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한류가 세계문화의 한 주류로 계속 뻗어갈지 아니면 한낱 미풍에 그치고 말지는 모름지기 우리 하기에 달렸다.

항상 그 나물에 그 밥이면 외국인에게도 식상하다. 한류가 고인물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 해법을 찾기 위해선 정부ㆍ국민ㆍ관련업계 종사자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류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단순하게 '팔아먹기'식의 문화, 상품이 아닌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명품 문화, 정직한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쌍방울 역시 이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최제성 쌍방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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