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김병현(넥센)이 몸 풀듯 나선 국내 첫 공식경기에서 재기의 희망을 쏘아 올렸다.
김병현은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 5-3으로 앞선 6회 등판, 국내무대 첫 선을 보였다. 투구 내용은 무난했다. 1피안타 1볼넷 1사구를 내줬지만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컨디션은 정상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최고 구속은 144km.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도 적잖게 노출했다. 하지만 직구 구위만큼은 매서웠다. 시종일관 예리하게 휘어지며 타자의 눈을 괴롭혔다. 비교적 좋은 제구는 덤이었다.
6회를 공 14개로 막아낸 김병현은 7회 다시 한 번 마운드에 올랐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6구 접전 끝에 황재균에게 좌측 방면의 2루타를 얻어맞았다. 김병현은 체인지업을 던져 대타 권영준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 벼랑 끝을 탈출하는 듯했다. 그러나 후속 김문호와 이승화에게 각각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이내 1사 만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김병현은 조성환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지만 투구 수가 예정됐던 40개(43개)를 넘겨 그대로 김상수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김상수는 전준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김병현의 실점을 막아냈다.
김병현이 7회 흔들린 건 변화구 제구 난조 탓이 컸다. 구사 비율을 높인 공들이 다소 높게 형성되며 몸에 맞는 볼, 볼넷 등으로 연결됐다. 김시진 감독은 경기 뒤 “6회 던진 직구가 괜찮아서 7회 변화구도 점검해보라고 요구했는데 밸런스가 다소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라고 평했다.
이날 얻은 소득은 두 가지 더 있다. 투지와 특유 경기 운영력이다. 7회 만루 위기에서도 김병현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교체를 위해 정민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오르자 그는 더 던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신이 위기를 매듭짓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 더구나 마운드 위에서 표정은 시종일관 가벼웠다. 국내 첫 공식경기 등판이 실보다 득이 더 많았던 이유들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