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택시 막말녀' 그리고 불쌍한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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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경훈 기자]여린시절, 매섭던 비바람을 막아준 것은 당신의 등이었습니다.
못난시절, 커다란 기다림이 되어준 것은 당신의 등이었습니다.
지친시절, 말없는 쉼터가 되어준 것은 당신의 등이었습니다.
모자란 시절, 보이지 않는 채움이 되어준 것은 당신의 등이었습니다.
지난세월동안 나를 길러준 것은 아버지의 등이었습니다.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끝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등은 더 이상 편히 기대 쉴 수 있는 포근한 안식처는 아닙니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등골은 휘어지고 욕심껏 못해줘 어깨는 축 늘어져 계십니다.

아이들과 아내를 외국으로 보내고 혼자 남아서 학비 보내느라 뼈빠지게 고생하는 중년의 가장을 일컫는 '기러기 아빠'는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의 얘기가 아닌지 오래입니다.


기러기 아빠는 되지 못해도 맹자 어머니도 울고갈 교육열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자식들 교육비 대느라 하루하루가 힘겨운 아버지들. 또 대학교까지 나왔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놀고 있는 자식때문에 은퇴 후 쉬시지도 못하고 또다시 일자리를 찾아 생활전선에 뛰어든 아버지들. 오늘날 대한민국 많은 아버지들의 자화상입니다.


이처럼 안그래도 힘들고 지친 아버지들이 주무시다가 벌떡 일어나실 사건(?)이 최근 세상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사진=해당 영상 캡쳐

▲사진=해당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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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지 못하는 아버지뻘 택시 운전사에게 쉴 새 없이 욕을 퍼부은 이른바 '택시 막말녀'가 그 주인공인데요. 20~30대로 보이는 이 젊은 여성은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하거나 속되게 말함' 이라는 '막말'의 사전적 의미를 장장 10여분에 걸쳐 몸소 보여주면서 한때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여러 막말녀와 막말남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지를 보여줬습니다.


동영상이 온라인상에 뜨자마자 단숨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등극한 '택시 막말녀'는 1위 자리를 내준 이후에도 이틀동안이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식지않는 인기를 구가했습니다.


급기야 동영상을 보고 흥분한 한 네티즌이 나이와 이름, 직업 등 신상을 공개하고 나서면서 '00녀'라는 이슈화는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차별 의식의 발로가 아니냐',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일면 타당한 의견이고 주장일 수 있겠지만 '택시 막말녀'의 언동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게 된 이면에는 갖은 욕설과 폭언에도 변변찮은 대꾸 한마디 못하고 죄인취급을 받는 택시 운전사의 모습에서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다 나이들고 초라해진 평범한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을 본 많은 자식들의 죄송스러움이 자리잡고 있던 건 아닐까요.


동영상을 보면서 그 여성에 대한 분노에 앞서 바쁘다는 이유로 잊고 지낸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꽉 차오는 감정을 느낀 건 비단 저 혼자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라는 것 없이 이낌없이 주시기만 하는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하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본 적 없는 무심한 자식들만 바라보면서 우리 아버지들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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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8일 어버이날이 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당장 오늘이라도 아버지께 말씀드려보면 어떨까요. "아버지, 당신은 진정한 나의 영웅입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 힘내십시오.


김경훈 기자 sty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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