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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는 왜 김용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로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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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김용(미국명 Jim Yong Kim, 53)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세계은행 차기 총재 단독 후보로 김용 총장을 지명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주요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동안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지명권을 행사했고, 국제통화기금(IMF)는 유럽에서 지명해왔기 때문에 김 총장이 세계은행 총재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김 총장 외에도 콜롬비아 국적의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인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인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등이 세계은행 총재 등이 후보로 나선 상태다.
출처 : 블룸버그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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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로 내세운 것은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이 지명한다는 전례를 지키는 데 있어서 김 총장이 최적이 선택이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은 미국이 세계은행 총재직을 독식하는 것에 대해 반발해왔다. 이 때문에 처음으로 미국인이 아닌 세계은행 총재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번에 김 총장을 통해 '세계은행 총재=미국인' 의 등식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계이면서 저개발국 개발에 앞장을 서온 김 총장이라면, 그가 미국인이더라도 개도국들이 다른 지명자에 비해 반발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또한 그가 세계보건기구(WHO) HIV/AIDS 국장을 맡은 점 역시 아프리카 등지의 저개발국가에서 지지를 얻는 데 유리할 것으로 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외에도 김 총장은 미국 경제정책 당국자 출신도 아니며, 월스트리트에서 일한 경력이 없다는 점 역시 2008년 경제 위기 위해 신흥국 및 개도국들에게는 긍정적으로 비춰질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의사이자 보건분야 전문가인 김 총장이 세계 경제에 큰 기둥을 맞고 있는 세계은행에 수장이 된다는 것은 다소 의아할 수 있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일부 경제학자들의 경우 김 총장이 성장과 기후변화 문제 보다는 보건, 교육 분야에 기울 것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김 총장이 금융 분야에 대해 문외한 인 점 역시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세계은행 총재직에 관심을 나타냈던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과 같인 인물들이 위기의 세계경제에 보다 걸맞는 세계은행 총재로 본 것이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김 총장이 미국인이면서도 아시아 및 개도국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카드라는 점 이상의 의미가 숨겨져 있는 셈이다.

이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이가 있다. 바로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다.

그는 지난 3일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문을 통해 세계은행 총재의 출마의 변을 밝히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세계은행이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 중요한 기관이 아니라, 세계 경제 지도자들이 한 데 모여 빈곤, 기아, 질병, 환경 재앙 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곳이다."

세계은행은 원래 정식명칭이 국제부흥개발은행(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재건 및 개도국의 경제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대출 및 세계경제에 대한 주요한 정책 제안을 하는 곳 이외에 개도국들의 빈곤 및 기아 문제 해결에 앞장을 서야 하는 곳이다.

삭스는 세계은행이 그동안 이리저리 표류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채 일개 은행처럼 기능해왔다면서, 세계은행 총재라면 기아, 에이즈, 말라리아, 극심한 빈곤 등 빈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짚어내고 다차원적인 해법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프리 삭스 교수는 세계은행이 본래의 설립목적에 맞춰 개도국 및 저빈국의 기아 및 빈곤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삭스의 출마 선언은 다소 놀랍게 받아들여졌다. 왜냐하면 세계은행 총재는 입후보해서 당선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은행 창립이래 세계은행 총재직에 출마를 선언한 사람도 없었다. 기껏해야 그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비추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동안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대통령이 지명하면, 이사회의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왔다.

이 때문에 삭스의 출마는 단순히 그가 세계은행 총재를 원했다기 보다는 자신의 출마를 계기로 세계은행의 역할 및 후임 세계은행 총재가 해야 할 일을 밝히기 위했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즉 세계은행이 단순히 성장과 개발만을 추구하는 그간의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김 총장을 세계은행 총재로 지명한 데에는 삭스의 이 같은 진심이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이라면 삭스의 바람대로 세계은행이 기아 및 보건 문제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며, 점점 입김이 세지는 신흥국들로부터도 협조를 잘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삭스 교수는 김 총장의 지명 소식에 대해 “뛰어난 선택”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향후 몇 주간 워싱턴에서 후보자 면접을 치른 뒤,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다음달 20~21일 여는 회의에서 신임 총재를 선출할 예정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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