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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속 미국의 슬픈 자화상 "교회가 은행에 압류당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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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경제위기 이후 미국에서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교회가 은행들에게 가압류 당하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파이낸스는 로이터 조사결과를 인용해 13일(현지시간) 지난해 미국 교회들의 압류건수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2008년 전만 해도 교회들의 압류가 거의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이런 변화는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이후 일어난 일들이다. 교회들도 다른 주택 소유자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모기지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주택가격 상승으로 제법 큰 돈을 벌게 된 주택소유자들은 무리해서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일단 집을 사두면 큰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돈이 없는 사람들도, 일단 어떻게든 집만 사두면 원금은 물론이고 상당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집을 샀다.

부동산 시장의 버블은 교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교회들도 새로 교회 건물을 개장하거나 건물을 더 짓기 위해서 앞 다퉈 대출을 받았던 것이다. 은행들은 다른 주택 구입자들과 마찬가지로 교회에 후하게 돈을 빌려줬다. 문제는 교회가 주택 구입자들처럼 30년 만기의 고정 금리의 대출을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5년짜리 벌룬 페이먼트(balloon payments, 분할 불입을 하다가 최종회의 잔고를 일괄 지불하는 상환조건)로 돈을 빌렸다는 점이다. 이 경우 교회들은 대출 만기일이 되면 대출 이자와 함께 원금을 모두 상환해야만 한다.
통상적으로 이 경우 만기 시 돈을 갚을 여력이 안 되면 재대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교회는 재대출로 만기를 연장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대다수의 주택가격 폭락으로 고통받는 이들처럼 애초에 받았던 대출 당시보다 담보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로서는 대출에 나섰던 2007년에는 교회 가치(토지, 건물)가 더 오를 것으로 판단을 했는데, 모기지 사태 등이 터진 이후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은 지금시점에서는 교회를 담보로는 재대출이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재대출을 거부하면서, 교회들은 빚을 갚거나 아니면 교회를 압류를 당하거나 하는 선택에 놓이게 됐다. 그리고 일부 교회들은 빚을 상환하지 못하고 압류당하게 된다.

로이터 통신들의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교회 가압류는 270건이 발생했으며, 이중 138건은 2011년도에 있었다.

교회문을 닫게 만드는 은행들로서도 편안한 심정은 아니다. 통상적으로 빚을 받지 못하면 은행들은 가압류를 하고, 담보를 판 다음에, 빌려줬던 돈의 일부라도 받지만 교회의 경우에는 은행직원들로서는 죄를 짓는 기분이 들게 된다는 점이다. 은행가들로서는 사후에 어떤 결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현생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 은행이 집을 압류했을 때에는 집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분노만 살 뿐이지만, 교회를 압류할 경우에는 해당 지역사회에서 은행의 평판은 땅에 떨어진다다. "그 은행은 XXX교회를 문 닫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두도 두고 듣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은행이 압류한 교회와 교회부지를 누가 살 것인가라는 문제도 역시 심각하다. 감히 은행에게 압류당한 교회 및 교회 부지를 누가 사려하겠냐는 것이다. 압류를 해도 이를 다시 되팔아 돈이 되어야 은행으로서는 조금이라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데, 누가 압류당한 교회를 사서 쇼핑타운이나 커피숍을 지을 수 있겠냐는 문제가 여전히 남은 것이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은행가들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 하나를 전했다.

은행들이 압류한 교회를 사들이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주변에 또 다른 교회와 신도들이다. 이들은 은행들로부터 교회를 다시 사들여 아이들을 위한 체육관 등으로 또 다른 좋은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개척교회를 만든데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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