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1000억 횡령쇼크' 3대 미스터리
경영권 방어 막힌 선종구, '본전' 유혹 못참았나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선종구 롯데하이마트 롯데하이마트 close 증권정보 071840 KOSPI 현재가 7,190 전일대비 230 등락률 +3.30% 거래량 59,596 전일가 6,96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영업익 70% 껑충…백화점이 견인한 롯데쇼핑, 1분기 '깜짝실적' 롯데하이마트, 냉방·세탁가전 동시 구매 할인 행사 롯데하이마트, 상반기 '가전절'…주방·IT 가전 '최저가'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로 20년이상 하이마트 왕국을 거느려온 선종구 회장에 대한 베일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검찰은 선 회장이 회삿돈 1000억원을 횡령해 해외로 빼돌리려는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 25일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를 비롯해 계열사인 HM투어, 하이마트 쇼핑몰 등을 압수수색했다. 또 26일에는 선 회장의 딸인 수연씨가 2대주주로 있는 커뮤니케이션 윌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확인한만큼 선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가속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하이마트 선종구 회장은 왜 자식처럼 키워온 회사에 흠집을 냈을까." "1000억원의 자금이 해외로 움직이는 동안 임직원들은 '횡령을 의심하지 않았을까" "재무담당 임원(CFO)을 심어둔 유진그룹측이 어떻게 이를 몰랐을까"에 대한 의문점이 남고 있다. 향후 검찰은 선 회장의 딸과 아들을 소환해서 조사하고, 선 회장 본인도 소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선 회장의 횡령 혐의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식같은 회사를 왜?=하이마트는 지난 1998년 IMF위기와 함께 대우그룹이 해체될 당시 대우전자 국내 영업부와 대우전자 제품을 국내에 총판하던 '한국신용유통'이 만나 생긴 회사다. 이듬해인 1999년 한국신용유통은 사명을 ㈜하이마트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가전 유통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고, 지난해 300여개 지점에 매출 3조원의 대형 가전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이렇게 하이마트를 키운 주인공이 바로 선 회장이다. 선 회장에게 있어 하이마트는 자식과 다름없는 존재다. 임직원들도 그를 믿고 따라왔다. 그런 선 회장이 하이마트 공금에 손을 댔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 자체가 직원들에게는 충격적이다.
그가 이 같은 비이성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그가 취할 수 있었던 대안이 없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하이마트의 대주주는 31.3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유진기업이다. 유진은 지난 2008년 외국계사모펀드인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로부터 하이마트를 인수했다.
당시 선 회장은 본인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회사에 자금을 댈 만한 곳을 찾았고, 입찰 대금은 낮았지만 '경영권 보장'을 내세운 유진기업이 하이마트를 따낼 수 있었다. 그랬던 유진기업의 유경선 회장이 지난해 말 선 회장에게 경영권을 요구해왔다.
지분구조상 선 회장이 하이마트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었고, 계약 조건 역시 석연치 않았다. 결국 각자대표를 맡는 선에서 문제는 봉합했지만 갈등의 골을 메울 방법이 없어 양측이 모두 보유한 지분을 모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선 회장은 사모펀드에 하이마트를 다시 매각해 경영권을 유지할 방법을 찾았고, 임직원들 가운데 일부도 이 같은 대안을 희망했다.
하지만 유력한 인수후보로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가 거론됐고, 이들이 인수를 타진하면서 선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방법은 요원해 진 것이다. 유통 전문 기업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선 회장에게 경영을 맡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결국 선택의 여지를 잃은 선 회장에게 '본전' 생각만이 남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된 상황에서 선 회장의 윤리의식이 무너졌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1000억원대 횡령이 가능했나?=선 회장의 윤리의식 여부를 떠나 1000억 규모의 회삿돈이 오가는데 임직원이 이를 몰랐다는 부분도 석연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마트는 선 회장이 스스로 일궈낸 '선종구 월드'와 다름없다며 임직원들도 그를 믿고 추종해왔기 때문에 의심을 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해말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의 경영분쟁이 일었을 때도 하이마트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선 회장의 편에 섰다. 당시 현업부서 과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등 직원들은 선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기위해 적극적으로 나섰고, 주주총회가 있던 날에는 서울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앞에서 '유경선 회장을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선 회장이 IMF 당시 공중분해 될 뻔했던 회사를 지금의 하이마트로 일궈냈고, 일자리를 지켜준 은인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졌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선 회장에게 남다른 충성심을 보인 것이다.
동시에 지난해 6월 상장과 함께 해외진출 계획을 발표했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중국, 동남아 등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점도 직원들의 눈을 가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해외로 나가는 자금을 '투자자금'으로 세탁해 나갔을 가능성이 크고, 때문에 자금의 유출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유진기업은 정말 몰랐을까?=자금이 빠져나가는 동안 어떻게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이 몰랐을까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경영권 분쟁이후 유 회장과 선 회장은 각각 재무와 영업을 나눠 맡는 각자대표 체제에 합의했다. 또 유진기업은 CFO도 하이마트에 파견해 두고 있다. 그럼에도 대규모 자금이 이동하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점은 설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
업계에서는 몇가지 실무적인 이유로 이 문제를 해석하고 있다. 첫번째는 시기다. 검찰이 내사를 시작한 시기는 올해 1월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 회장이 횡령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도 경영권 분쟁 이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때는 경영권 갈등으로 인해 유진기업이 구체적인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올해 들어서는 연말 결산보고를 준비하는 실무 때문에 다른 업무에 눈을 돌릴 틈이 없었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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