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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20년, 중국을 다시 본다]"知中和中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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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끝>한국의 리더, 중국을 말하다

중국을 알고 중국과 유연하게 어울리기
中, 지도부 교체·G2부상 최대 변혁기
세계권력 공백기, 한국 실리외교 필요
한·중FTA, 실행 담보 여건마련 중요


니어재단 이사장 정덕구의 충고
[한중20년, 중국을 다시 본다]"知中和中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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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중국은 어떤 나라이며, 중국인은 어떤 생각을 할까. 또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할까.' 중국사람이 하는 고민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관료로 30여년, 이어 공부하는 사람으로 10여년을 살아온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사진)의 머릿속에는 온통 '중국'으로 가득했다.

스스로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지난 몇년간 만나는 사람마다 중국에 대해 물어봤다"고 표현할 정도다. 그를 이토록 몰두케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 이사장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앞으로의 10년은 코페르니쿠스적 변환에 버금가는 변환기일 것"이라며 "한중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만큼 보다 광범위하면서도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최근 몇년간 세계경제가 침체를 겪으면서 성장가도를 달리던 중국도 전환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10년마다 찾아오는 지도부의 변화, 1인당 국민소득 확대에 따라 늘어난 중국인들의 소비욕구 등 내부적인 요인과 함께 본격적인 견제에 들어간 미국, 새로운 지도자를 갖게 된 북한 등 외부요인이 겹치면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간 격변의 시대가 예고돼 있다는 뜻이다.
20세기 초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사라지고 '해결사'를 자처하던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 국제적인 금융기구의 능력치도 예전 같지 않다. 단일국가만의 문제라면 한결 여유로운 상황이겠지만 전 세계가 한 그물망 안에서 촘촘히 엮이면서 어디부터 손봐야하는지도 가늠하기 힘들게 됐다.

이처럼 세계화로 인한 이익보다 폐해가 부각되고 각국이 저마다의 문제에만 집착할수록 중국의 부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정 이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시장경제의 실패, 지배구조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방대한 발전여백을 중심으로 중국이 세계경제의 구원자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격변기는 중국은 물론 한국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중국에 맞서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ㆍ안보ㆍ경제적인 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경제적으로 중국만이 유일한 온수대에 있고 그 난류가 흐르는 길목에 한국이 있다"면서 "해방 후 해양세력(美ㆍ日)과는 가깝게 지내며 대륙세력(中)과 멀어진 한국 역시 정치ㆍ경제적으로 변환기를 맞이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평소 주장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 외교전략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어느 한쪽에 치우칠 경우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천안함사건이나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중국 당국이 보여준 태도를 봤을 때 한국의 외교노선을 돌이켜볼 부분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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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내 정책입안자들이 한국이 겪은 외환위기와 그 극복과정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중국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IMF 당시 한국과 같은 국가부도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방어장치를 마련했으며, 한국이 IMF 구제금융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응능력을 배우고 싶어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IMF 협상대표로 나선 바 있는 정 이사장은 당시 경험을 살려 지금도 중국내 유명학자들과 함께 환율ㆍ통화와 같은 거시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인터뷰 중에도 중국사회과학원 전세계 정치경제연구소 위융딩 소장에게서 수차례 메시지와 전화연락이 들어왔다.

국제금융에 정통한 경제관료로서 느끼는 한ㆍ중 FTA 논의 시작의 의미를 물었다. 그의 결론은 "복잡하고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가간 조약은 오래 간다"며 "중국이 우리가 상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많아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달리 자국 내 법체계가 정교하지 않기에 각종 이행사항을 담보하기 위한 기초여건을 잘 갖춰놔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중국이 그간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외교기조를 볼 때 힘을 중시하는 만큼 협상 자체도 난항이 예상된다고 정 이사장은 내다봤다.

마늘파동이나 희토류 수출을 둘러싼 갈등과 같이 국가간 교류에서 자주 보여준 보복행동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는 "북한과 한반도 통일이라는 이슈가 겹칠 경우 호락호락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스타트는 빨리 하되, 스텝은 천천히 밟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이사장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중국인'의 속내를, '제대로' 아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잘 알아야 한국도 그에 맞는 맞춤형 외교전략을 짤 수 있는데, 중국인의 본질적인 속성이 한국인과 달라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갖고 이해하는 건 현명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출간한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이라는 책은 이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북한과 한반도 통일이라는 이슈가 겹칠 경우 호락호락하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먼저 중국을 아는 게 우리의 생존무기다.

책을 내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일단 중국과 관련한 크고 작은 모든 현안을 나열하고 성격이 비슷한 것들을 하나로 묶어 105개 질문을 추려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간 대립, 천안함 사건과 같은 묵직한 주제를 비롯해 성형문화ㆍ한류까지 안 걸치는 데가 없다. 그는 "각 문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중국인을 만나면 미리 머릿속에 준비해둔 각종 질문공세를 퍼부었다"며 "공산당 간부에서부터 중국 네티즌까지 가리지 않고 묻고 답을 얻고자 했다"고 알렸다.

그는 이 책을 '미완성'이라고 표현했다. 조금 더 손을 본다면 내용은 정교해질 수 있겠지만,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서둘러 책을 출간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앞으로의 10년을 대비하기 위한 내용이며,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이 10년 후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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