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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썩 너도 봄바람 났니. 동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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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바우길 12구간 '주문진 가는길'을 걷다-춘기,향기,생기, 정기 넘치는 해변길

갯바위는 아직도 동장군의 심술덕에 덕지 덕지 겨울의 잔재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은 솜사탕처럼 포근하다. 강릉 바우길 12구간 중 '주문진 가는길'에 만난 영진항의 바다는 철썩~봄이 밀려와 겨울을 쓸어내고 있다.

갯바위는 아직도 동장군의 심술덕에 덕지 덕지 겨울의 잔재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은 솜사탕처럼 포근하다. 강릉 바우길 12구간 중 '주문진 가는길'에 만난 영진항의 바다는 철썩~봄이 밀려와 겨울을 쓸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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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동해바다를 걷는다. 바닷바람을 타고 봄이 일렁인다. 탁 트인 일망무제의 바다와 가슴을 설레게 하는 아련한 파도소리, 빨간색 등대와 짝을 이룬 파란하늘. 따뜻한 햇살을 가르며 군무를 펼치는 갈매기들의 날개짓이 활기차다. 이제서야 봄이 오나보다.

조금 이른감은 있지만 가는 겨울을 정리하고 봄을 맞기 위해 동해바다를 걸었다. 강릉 바우길이다. 바우는 '바위'를 뜻하는 강원도 사투리다. 강원도 사람들을 부르는 말인 '감자바우'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그 말이다. 그렇다고 바우길이 모두 바위투성이는 아니다. 길의 7할이 소나무가 드리운 숲길과 바다를 걷는다.
'주문진 가는길'이 꼭 그러하다. 이 길은 강릉 바우길 12구간이다. 강릉 사천해변에서 주문진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내내 바다를 따라 혹은 바다를 바라보며 걷거나 향기로운 커피향에 취할수도 있는 그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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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길이가 12km로 긴 편은 아니다. 천천히 걸어도 5시간이면 족하다. 걷는 시간만 따지면 4시간이 채 안걸리는 짧은 구간이지만 주문진항의 생동감 넘치는 봄 기운에 취해보려면 넉넉하게 잡는게 좋다. 길을 걷는다고 앞뒤 전혀 바라보지 않고 내처 걷기만 한다면 정말 재미없기 때문이다.

사천해변을 따라 길을 나선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해변에 갈매기들만이 길배웅을 한다.
아직은 차가운 기운에 쉽게 해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겨울이 아니라면 맨발로 모래밭을 걷겠지만 겨울이라 그러지 못하는것이 내심 아쉽다.

길은 이따금 바다를 멀리하고 싶다는 듯 바다에서 멀어지다가 다시 바다 가까이로 이어진다.

연곡해변을 지나 소나무숲길로 들었다. 추운 날씨는 아니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숲그늘에 몸은 잔뜩 움츠러든다.하지만 코끝에 실려오는 해송내음은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알리듯 풋풋한 향내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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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숲길을 지나 다시 바다로 이어진다. 사천해변을 떠난지 1시간여. '주문진 가는길'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이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바로 '카페 보헤미안'이다. 핸드드립커피집으로 유명한 곳이다.

강릉은 인구 20만이 조금 넘는 중소도시지만 '커피의 장인'들이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이 100여개나 된다. 서울에서 이름난 바리스타들이 강릉으로 이주하면서 생겨난 지역문화다.

그런 강릉에서도 커피로 이름난 곳이 바로 '보헤미안'이다. 우리나라 커피 1세대이자 핸드드립의 최고수로 불리는 주인장이 손수 커피를 내려준다. 매주 월ㆍ화ㆍ수요일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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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교를 건너 영진항으로 향하자 커피를 볶는 내음이 해변을 가득 적신다. 구불구불 언덕길을 올라서 아담한 카페에 든다.

차 한잔을 시켜 바다를 내다본다. 철이른 해수욕장과 짙은 향의 커피는 썩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봄이 오는 바다풍경을 즐겨본다. 향긋한 커피에 바우길의 운치가 절로 돋는다. 몸은 어느새 봄날 눈 녹듯 따뜻해진다.

카페를 나와 다시 바닷가로 나서니 저 멀리 파란하늘에 빨간색 등대와 하얀색 등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주문진항이다.

이 즈음 이곳에는 봄의 생동감이 살짝 피어오른다. 밀려드는 파도에 몸을 내주는 갯바위, 수평선의 아득함…. 분명 겨울에도 있었던 풍광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바다가 선물하는 서정과 낭만 대신 질펀한 삶의 정경이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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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항을 끼고 있는 시장에는 펄떡이는 신선한 생선들이 그득하다. 즉석에서 회를 떠서 상위에 올려주는 횟집들도 곳곳에 있다. 도회지에서 사는 해산물보다 신선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저렴한 가격표에 눈이 다 휘둥그레질 정도다.

항구 곳곳에는 봄 햇살을 받으며 어망 손질이나 어선 정비를 하는 어민들이 보인다. 갯일로 생계를 꾸려가는 그들의 그을린 얼굴에 삶이 듬뿍 묻어난다.

배들이 옹기종기 몰려 있는 주문진항 너머로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아직도 흰눈을 뒤집어 쓰고 웅장함을 드러내고 있다.

강릉 바우길 12구간이 왜 '주문진 가는길'이란 이름이 붙었는지는 주문진시장을 한바퀴돌고 나면 바로 알 수 있다. 시장상인들과 어부들의 생기있는 움직임에 바우길을 걷는 사람들도 등달아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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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함께 바우길을 찾았다는 정운종(43ㆍ김포)씨는 "활력넘치는 주문진항을 볼수있는것은 12구간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바다와 솔숲, 카페가 함께하는 이 길은 너무 아름답다"고 자랑한다.

항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문진 등대가 있다. 몸통 전체가 하얀색으로 칠해져 정갈해 보이는 이 등대는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것이다. 1918년에 세워졌다고 하니 오래됐다,

등대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아무리 시선을 멀리 던져도 거칠 게 없다. 섬 하나 없이 툭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이라 끝없이 수평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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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를 내려와 백사장으로 들어서면 종착지인 주문진해수욕장이다. 시간은 어느새 6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다.

한 구간을 얼마나 빨리 걸었느냐는 자랑거리가 아닐것이다. 자신만의 보폭으로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길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걷는 맛, 이것이 진정 걷는여정의 즐거움이다.

강릉=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강릉IC를 앞두고 동해안고속도로 양양방향으로 진입해 5분여 가다 사천항방면으로 가면된다. 강릉 바우길 12구간은 사천해변에서 시작해 하평해변, 연곡해변, 영진항, 주문진항ㆍ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12k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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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빙상 종목이 열리는 강릉에는 볼거리 천국이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 에디슨이 만든 최초의 축음기 등 소리기기 4500여 점이 전시된 참소리축음기ㆍ에디슨박물관, 종합휴양예술공원인 하슬라아트월드, 경포대,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한 정동진 등은 꼭 둘러봐야 할 명소. 커피전문점들이 몰려있는 안목해변과 송정 송림도 찾아볼만하다.

△먹거리=강릉하면 초당순두부를 빼놓을 수 없다. '홍길동전' 저자 허균과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아버지인 초당 허엽이 400년 전 삼척부사로 부임해 바닷물을 간수로 써서 두부를 만들게 했다고 전한다. 경포호수 옆에 초당순두부마을이 있다. 경포해변의 은파횟집(033-653-9565)을 비롯해 주문진항에선 싱싱한 생선회를 즐길 수 있다. 전국 5대짬뽕으로 불리는 강릉 교동반점(033-646-3833)의 짬뽕국물(사진)도 일품이다.

△강릉 바우길=백두대간에서 경포와 정동진까지 산맥과 바다를 함께 걷는 총연 300km로 이어진 길이다. (033)645-0990
1 구간-선자령 풍차길 11.7km.
2 구간-대관령옛길 16km.
3 구간-어명을 받은 소나무길 11.6km.
4 구간-사천 둑방길 17km.
5 구간-바다호숫길 15.8km.
6 구간-굴산사 가는길 19km.
7 구간-풍호연가길 17km.
8 구간-산우에 바닷길 8.6km.
9 구간-헌화로 산책길12.8km.
10 구간-심스테파노길 11km.
11 구간-심사임당길 14.5km.
12 구간-주문진가는길 12km.
13 구간-향호 바람의길 14km.
국민의 숲길 11km. 눈꽃 마을길 12.5km. 울트라바우길 11.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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