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법을 새로 만들거나 손질하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다. 하지만 의원 입법안의 내용과 처리 결과를 보면 의원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이란 말이 부끄럽다. 법안 대다수가 기존 법안을 정비하는 수준에 그쳤다. 심지어 맞춤법을 고치거나 글자 하나를 바꾼 법안도 있었다.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여러 개의 법안이 동시에 제출됐는가 하면 같은 법안인데 내용을 조금씩 바꿔 잇따라 내기도 했다. 정부를 대신해 내는 '청부 발의', 의원들끼리 이름을 빌려주는 '품앗이 발의'도 많았다. 발의 자체에만 신경 쓸 뿐 그 뒤는 몰라라 하는 부실ㆍ졸속 입법이 난무한 것이다.
18대 국회는 '뻥 법안'에 앞서 '뻥 공약'을 양산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의원들이 선거 때 내건 공약을 분석한 결과 이행률이 35%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다음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선심성 공약 발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거구 획정 문제를 놓고 같은 당 의원끼리 '왜 내 선거구를 없애려 하느냐'며 멱살잡이까지 했다. 이런 우리 국회에 일본ㆍ싱가포르 의회처럼 세비 삭감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여야는 말로만 공천 개혁을 외치지 말고 제대로 된 인물을 고르고 국민을 눈속임하는 공약을 자제해야 한다. 국민은 뽑고 나서 금방 후회하지 않도록 엉터리 공약과 후보를 표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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