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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워크 엠파이어>, 시대의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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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워크 엠파이어> 3회 SCREEN 월 밤 10시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주인공은 둘이다. 아틀랜틱시티의 주 회계사 너키 톰슨(스티브 부세미)과 192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특히 후자에 대한 깊은 성찰과 정교한 재현은 이 작품을 단순한 드라마 이상의 위치로 격상시키는 주요인이다. 1920년대는 1차 대전 이후 급부상한 신흥제국 미국의 물질적 번영과 그 표면 아래의 도덕적 허무주의가 뒤섞인 모순의 시대였고, 보수적 가치와 혁신의 흐름이 부딪히던 갈등의 시대였다. 그 시대의 모순을 상징하는 금주법 발효를 시점으로 치열한 이전투구를 벌이는 어둠의 세계를 조명한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위대한 개츠비> 이후로 1920년대 미국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정계와 물밑에서 이를 조종하는 지하조직을 넘나들며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너키와 그가 활보하는 환락의 아틀랜틱시티는 당대를 상징하는 더할 나위 없는 매개체가 된다.

너키가 아틀랜틱시티의 황제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공화당의 실세인 동시에 그 해 막 선거권을 획득한 여성들과 인종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인 흑인들을 모두 설득할 수 있는 뛰어난 정치적 수완과 시대의 흐름을 읽는 예리한 눈을 지녔기 때문이다. 사람 좋은 미소로 자선을 베풀다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슬리는 인물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그는 모순의 시대가 낳은 괴물과도 같다. 하지만 이 작품이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는 그 괴물에게 때로 더할 나위 없이 연약한 인간의 얼굴을 부여할 때다. 가령 3회의 마지막 신 같은. 아끼던 지미(마이클 피트)를 버리고 처키(마이클 윌리엄스) 부하의 죽음을 수습한 뒤 비가 세차게 퍼붓는 밤, 화려한 본거지로 돌아오는 너키의 등 뒤로는 비에 젖은 발자국이 하나씩 새겨진다. 자신의 발자국을 오래도록 주시하는 너키의 얼굴은 이 작품의 인상적인 오프닝 타이틀의 마지막 신과 겹쳐진다. 바닷물에 젖은 구두로 모래 위를 걸어가는 뒷모습을 오래 비추던 그 장면에서 너키의 보이지 않던 얼굴은 바로 3회 엔딩신의 그 표정이 아니었을까. <보드워크 엠파이어>를 계속 지켜보게 하는 힘은 바로 그러한 시대의 입체적인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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