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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수치스런 상(賞)을 받은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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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인간은 선(善)한가 악(惡)한가.'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이 질문에 사람들은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선과 악이 절대적이 아닐진데 어쩌면 그 답은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인간은 똑똑한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똑똑하지 않으면 누가 있어 똑똑하다 할 것 인가. 스마트폰, 스마트 워킹, 스마트 그리드...도처에 즐비한 ‘스마트’를 보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것만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생각하면 인간은 적어도 점점 더 똑똑해 져 간다고 믿어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어리석은 유전자는 점차 진화에 뒤져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표된 다윈상(賞) 수상자를 보면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된다. 관련 홈페이지(www.darwinawards.com) 에 따르면 바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즉 ‘사람’이 선정됐다. 다윈 상은 다윈을 기념해 제정한 것이긴 하지만 여타 상과는 성격이 다르다. ‘스스로를 제거해서 인류의 유전자의 개선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살아 있었다면 인류의 형질 개선에 도움이 안 될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려 자신의 어리석음이 후손들에게 유전되지 않도록 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주는 상이다.

반어적이면서도 따지고 보면 지독히 직설적이다. 죽은 사람에게 잘 죽었다고 주는 상이니 누가 받고 싶겠는가. 한마디로 가장 어리석게 죽은 사람에게 주는 상이 바로 다윈 상이다.

역대 수상자 중에는 이런 사람도 있었다. 캐나다의 한 젊은이는 술 사 마실 돈이 없자 휘발유에 우유를 섞어 마시고 배탈이 났다. 속이 뒤집어진 그는 집안의 벽난로에 대고 토하다 벽난로가 폭발하면서 집이 날아가고 본인은 물론 집에 있던 누이까지 죽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상을 ‘인간’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다윈상 자체에 비판과 논란이 많지만 이를 주관하는 웬디 노스컷은 사뭇 진지하다. 그는 U.C. 버클리스에서 분자생물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이다. 수상자로 ‘인간’을 선정 한 이유를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기후변화, 교통정체 등에 따른 스트레스로 스스로 멸종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우성 DNA를 유지하는 것이 이 상의 목표인 점에 비춰보면 인류를 수상자로 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하면 큰 깨달음을 준다. 어리석어만 가는 ‘인간’에게 경종을 울리고 싶은 것이다. ‘스마트’하려 할수록 오히려 점점 더 어리석어 가는 역설이 바로 상이 주려는 교훈의 핵심이다.

최근 생때같은 자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원인을 꿈과 활기로 넘쳐야 할 교실이 제공했다니 기가 막힌다. ‘왕따’ 때문이란다. 어른들은 또 부산하다. "가해학생도 피해자"라느니 "사회가 가해자"라느니, "가해 학생들만 따로 모아 학교를 만들자"느니… 진단과 대책이라고 쏟아 내고 있다.

그러나 어른들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스스로 눈도 깜짝하지 않고 부정과 권력남용을 저지르면서, 상식과 옳음을 부끄럼 없이 짓밟으면서, 강자만이 살아남는 모습을 버젓이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만 서로 사랑하고 사이 좋게 지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모르니 하는 말이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는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졌음을 모르니 하는 말이다.

사람아! 사람아! 새해에는 다윈상 수상을 자괴(自愧)하면서 좀 더 똑똑해지도록 노력할 일이다.




백재현 기자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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