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스마트폰 2000만대 제대로 사용하고 있나?
정부도 기업도 디지털리터러시 관심 가져야
[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국내 스마트폰 보급 속도가 놀랍다. 방송통신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로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2000만 명을 넘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전 국민의 절반 가량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활동인구의 80%에 달한다. 지난 2009년 11월 스마트폰이 국내 첫 선을 보인지 불과 2년도 안돼서다. 방통위는 이 추세대로 가면 내년이 지나면 보급률에서 스마트폰 원조국인 미국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어떤 기기가 100만대 가량 보급이 되면 유행을 만들고, 500만대쯤 보급되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며 1000만대가 보급되면 새로운 문화를 낳는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방면에서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상품 구매는 물론 주식거래 시장에서도 괄목할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10.26 보궐선거에서는 그 힘이 또 한번 여실히 증명 됐다. 선거 후 이명박 대통령이 "젊은 새대와 소통을 강화하라"고 주문한 것도 스마트폰을 바탕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력에 대한 방증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변화는 이제부터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앞으로 더욱 눈이 휘둥그레지게 빠르고 다양한 변화가 우리 앞에 전개될 것이다. 전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고성능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2000만 명을 생각해보라. 어마어마한 인프라다. 더욱이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하나. 우리는 과연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잘 사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멍청이 폰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에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손가락이 바쁘게 채팅부터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모바일 게임, 소셜게임 등 게임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물론 채팅과 게임도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하지만 비싼 스마트폰이 단순히 통신기기나 오락기에만 머문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은 그보다 훨씬 강력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스스로 디지털기기 사용법을 쉽게 배우는 젊은 층은 좀 낫다. 그들은 인터넷에 접속하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면서도 메일을 주고 받고 영화를 예약하며 수강등록도 척척한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정보를 매개하고 사회 이슈에 대해서는 사이버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아젠다 세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든 사람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두려움을 느낀다. 비단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어도 나와는 거리가 먼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이미 2000만 명에 속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혹 ‘폼 나는 휴대폰’ 하나 갖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지. 업무 생산성을 높여줄 어플리케이션 하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스마트폰 보급 2000만 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과제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복지 정보화, 생산적 정보화라는 관점에서의 디지털리터러시(Digital Literacy)다. 디지털리터러시는 디지털 기기를 조작하여 원하는 작업을 실행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 교류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말한다. 갈수록 새로운 기기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능력의 격차는 곧바로 경제적 격차와 삶의 질의 격차로 이어진다.
불행히도 정부차원에서나 기업 차원에서 디지털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지 못하다. 디지털리터러시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스마트폰 보급에만 힘쓴다면 ‘똑똑한 기기’가 오히려 디지털 격차를 확대시키는 수단이 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사회통합은 멀어지고 갈등은 증폭된다. 영국이 디지털 자원봉사자 10만명을 '디지털 챔피언'으로 위촉해 이들이 다른 시민들에게 디지털 활용을 위한 교육을 확산토록 하고 있는 점은 본받아야 한다. 내년 이맘때는 양과 질 모두에서 미국을 앞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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