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부국장 겸 국제부장]살다보니 세상 만사 내 뜻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그럴 것이라고 점점 더 믿기 시작했다. 우연이든 아니든 한밤에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세상사는 돌아간다는 생각에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
그렇다. 만사는 느닷없이 뜻밖에 다가오는 것이다. 그것을 팔자라고 하든, 섭리라고 하든 나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 만사는 진행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예측과 대책수립은 힘들고 틀리기 쉽다.
최근 미국 정부는 뜻밖의 놀라운 통계를 내놓았다. 11월 실업률이 8.6%를 기록했다는 게 그것이다. 전달 9.1%에서 뚝 떨어져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회복 속도가 둔화되고 있고 금융회사들이 연일 감원하겠다고 떠든 지가 몇 달째임을 감안한다면 매우 '뜻밖의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일부 성급한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 안에 미국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5~6%대의 실업률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뒤를 캐보니 실업률 하락의 3분의 2는 구직자가 일자리 찾기를 포기해 실업자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구직을 단념하면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아 실업률이 떨어졌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통계가 마술을 부린 결과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직 단념자들이 다시 일자리 찾기에 나설지, 계속 구직을 포기할지는 역시 그들 마음에 달렸다. 경제전문가들의 능력 밖이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은 줄기차게 늘어난다.
이라크전에서 돌아와 구직시장에 뛰어드는 퇴역군인들도 변수다. 그들은 이라크전 종전으로 생명은 지킬 수 있으되 이제 밥벌이 걱정을 해야 하는 신세다. 또한 인력채용보다는 자본투입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의 생산방식의 변화도 반드시 감안해야 할 요소다.
사정이 이럴진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틀릴 공산은 더 크다. 오죽했으면 경제학자들이 평소 자기는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입버릇처럼 말할까?
김정일 사망 소식 역시 느닷없이 왔다. 그도 사람이고,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생을 마감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남한 땅에 사는 사람은 더더욱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정책고문이었고 현 조지타운대학교 교수인 빅터 차의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는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그는 "이번 주까지 미국 안팎의 전문가들이 말했을 법한 북한 붕괴에 대한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였을 것"이라면서 "북한 방송발표 이후 우리는 지금 그 '불확실한' 시나리오를 대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은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더 커진다. 그것은 북한 군부의 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속마음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김정일 이후의 북한의 미래는 더더욱 모르는 것이다. 불안정한 정권교체, 경제쇠퇴, 식량난, 난민발생 등 장차 북한체제를 위협할 요인은 얼마든지 있다. 팔자든 섭리든, 북한을 변화의 길로 들어서게 할 변수는 앞으로 얼마든지 남아 있다.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짜볼 수 있지만 딱 부러지게 '이렇다'고 자신하기는 매우 어렵다. 김정일 이후 시대 접근법은 권할 만하지 않다는 그의 글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한반도의 미래에 분수령이 될 만한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관망'하되 대비책을 세우는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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