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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연예대상 >, 서서히 저무는 거인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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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연예대상 > 토 KBS 밤 9시
김병만은 빈손으로 돌아갔고, 대상은 <해피 선데이> ‘1박 2일’ 다섯 명 전원에게 돌아갔다. 그럴 수 있다. 위대한 연기를 펼치고도 상을 못 받는 불운한 연기자도 있을 수 있고, 강호동의 빈 자리를 흔들림 없이 채우며 정상의 자리를 지킨 ‘1박 2일’팀의 공로는 대상 감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후보 명단에도 없던 ‘1박 2일’에게 갑작스레 상을 준 주최 측의 변칙적인 대상 수여는 상의 권위를 바닥까지 떨어트렸고, ‘1박 2일’팀과 김병만은 물론 앞서 아낌없이 감격의 눈물을 흘린 수상자들을 비롯한 수많은 예능인들의 명예가 일순에 훼손되었다. KBS가 스스로 권위를 내팽개친 그 상은 예능인들에겐 자기 증명이요, 한 해 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답이다. 예능인들은 그보다는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잡음과 별개로 ‘1박 2일’팀의 대상 수상은 곰곰이 곱씹어 볼 구석이 있다. 강호동의 잠정은퇴 이후 사람들은 ‘1박 2일’의 앞날을 걱정했다. ‘강호동의 1박 2일’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던 ‘1박 2일’은 야생을 강조하고 한 겨울 바다에 사람을 입수시키며 제작진과의 기 싸움과 몸개그로 정중동을 찍는 강호동의 캐릭터에 많은 부분을 기댔던 쇼였다. 그러나 ‘1박 2일’ 멤버들은 각자의 장점을 120% 발휘하는 방법으로 강호동의 빈 칸을 채워 넣었다. 이승기의 진행과 이수근의 성실한 리액션, 은지원의 순발력과 엄태웅의 엉뚱함, 그리고 김종민의 어리숙함까지. 물론 이것을 멤버들이 강호동이 남기고 간 유산을 충실하게 이어받은 결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이는 ‘1박 2일’이 강호동이라는 거인 없이 콘텐츠의 힘만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른바 ‘유-강체제’의 전성기에 호사가들은 “유재석이 없는 <무한도전>, 강호동이 없는 ‘1박 2일’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했었고, 이제 우리는 그 중 하나에 대한 대답을 보았다. 강호동이 없는 ‘1박 2일’이 대상을 탔다는 것, 우리는 지금 거인들의 시대가 서서히 저무는 것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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