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네...외국인 6일째 "팔자"
2조원 가까이 매도 공세
[아시아경제 이솔 기자, 김유리 기자]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전 방위 매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별 종목뿐 아니라 비교적 장기적인 투자자금의 통로인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도 '팔자'에 나서고 있어 자금 이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까지 코스피 현물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매도 공세를 이어가며 총 1조7700억원 상당을 현금화했다. 외국인의 '팔자'는 주로 경기민감도가 높은 화학(-5250억원), 전기전자(-4260억원) 업종에 집중됐다. 24일에도 오전 9시18분 현재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 560억원 상당을 순매도하며 6일 연속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차익거래를 제외한 외국인의 선물 누적 순매도 규모는 4만7000계약(23일 기준)까지 늘어 올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선물 순매도와 함께 미결제약정이 증가했고 장 초반 매도가 일관되게 설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보유 현물에 대한 신규 헤지 포지션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도 시장 하락에 대비한 헤지에 나서면서 시장 베이시스는 크게 악화됐고, 이로 인해 프로그램 거래로 6일 연속 대규모 매도 물량이 출회됐다. 이 기간 쏟아진 프로그램 매도 규모는 적게는 1440억원에서 많게는 6620억원에 이른다.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도 주목할 대목이다. 현물 시장에서 '팔자'를 이어간 최근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계속 매도 물량을 내놨다. 지난 8월 급락장 와중에도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를 통해서는 꾸준히 '사자'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요즘은 달라진 태도를 보이는 것.
김 애널리스트는 “장기 성향의 자금이 유입되는 비차익거래로는 주로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들어오는데 최근 들어서는 ETF 설정 자체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을 비롯한 신흥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는 자금 순유입 규모가 급격히 감소했고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펀드는 3주 만에 순유출로 전환됐다.
심상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개별 종목에 이어 프로그램 차익과 비차익거래까지 매도 우위로 돌아서면서 5일 연속 '전방위 순매도'를 이어갔는데 이는 올 들어 관찰된 사례들 중 최장기”라며 “직전 사례는 1월 중순과 5월 말 및 8월 초인데 모두 지수가 급락하는 국면이었기 때문에 '외국인 전방위 순매도=지수 급락'의 등식이 성립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외국인이 '사자'로 돌아서기는 어려워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 방어에 나서야 지수 반등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이 지난달 말부터 순유출로 돌아섰기 때문.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리스크가 이탈리아에서 스페인, 벨기에, 프랑스 등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는 유동 자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며 “자본 규모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유럽계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현금화가 쉬운 한국 주식시장에서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시장에서 8월 급락장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금 확보가 급하다”고 말하고 “이번 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정상이 만난 자리에서 이탈리아가 개혁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보여준다면 외국인 투자자 동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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