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둘러싼 논쟁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양측이 다 그럴듯한 숫자를 인용하고 확신에 찬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에 국민으로선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릴 법하다. 내년 총선을 의식한 복잡한 정치적 계산법 때문에 여야의 논쟁은 단순한 경제적 토론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 시간을 끌기 위한 통과의례로 비쳐지는 측면도 있다.
둘째, 그렇다고 해서 반대 여론이 틀렸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반대는 필요하다. 반대가 있어야 토론이 되고 쟁점이 분명해지며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부작용을 예방하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야당이 외채망국론을 부르짖고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외채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났고 빚을 무서워할 줄 알게 되지 않았던가.
셋째, 한ㆍ미 FTA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바로 '영구한 제도 변화'라는 점이다. FTA가 통과되면 절대로 무르거나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성이 발생한다. 우리 경제, 그리고 우리 사회와 제도는 영원히 그전과는 다른 경로로 접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자ㆍ국가소송제도(ISD)가 FTA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ISD는 FTA 협정을 맺은 국가의 기업이 상대 국가의 정책 때문에 손해를 봤을 때 상대국을 제3의 중재기구에 제소해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인데, 국제상사재판의 경우 사실상 미국의 영향력하에 있어서 미국에 유리하게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의 사법주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복지 논쟁에 대한 관전 포인트도 동일하다. 복지는 국가가 수없이 많은 국민에게 뭔가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격변이나 아노미 상태를 각오하지 않는 한 절대로 무를 수 없는 비가역성이 있다. 무상급식이야 그리 큰 예산이 아니고 국가의 백년동량을 키워내는 생산적 투자로 볼 수 있지만 행여라도 내년 총선을 겨냥해 여야가 비생산적 복지 경쟁을 벌인다면 선심성 복지의 비가역성은 부메랑이 돼 10년 후 내 미래를, 20년 후 내 자녀의 미래를 강타할 것이다. 영원히 고치지 못하는 경제적 선택은 이미 흘러가 다시 오지 못하는 시간만큼 우리 삶에 가혹한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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