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Focus)이냐 다각화(Diversity)냐"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여기 한 광고회사가 있다. 이 광고회사는 독특하고 창조적인 광고역량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인 리퍼리는 어느날 자신의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벨브사가 '에너지 드링크 사업진출'안을 놓고 고민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광고전략을 짜주면서 사업계획을 함께 고민한 결과 고객사의 에너지 드링크 사업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여기서 영감을 얻은 리프리는 다른 창업자인 콜드웰에게 기존의 광고제작 외에 컨설팅 업무를 같이 해 보자고 제안하게 된다. 콜드웰은 자신의 본업인 광고제작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을 마음 내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이 회사를 등지고 다른 광고회사를 택했던 이전 주요 고객사로부터 치약 사업에 대한 컨설팅 의뢰를 제안받으며 큰 고민에 빠지게 된다.

연세대 EMBA 전략경영 강의현장. 이호욱 교수와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 EMBA 전략경영 강의현장. 이호욱 교수와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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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연세대학교(총장 김한중) 상남경영원 2층에서 펼쳐진 EMBA(Executive MBA)의 'Strategy for Executives' 강의는 이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시작됐다. 이 강의를 맡고 있는 전략경영 전문가 이호욱 교수는 사업전략과 기업전략을 '부모와 자식'에 빗대어 전자가 '자식이 무엇을 잘하고 누구와 친한지 파악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자식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어떻게 자식들간에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인가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전략경영의 한 방법인 다각화의 문제를 논하기 위해 앞의 사례를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각자의 전략을 발표하도록 했다.


첫번째 학생이 "둘이 꼭 같이 살아야 하나? 서로 의견이 다르고 역량이 다르면 헤어져서 따로 사업을 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내놓자 이 교수는 "그런 방식에는 Spin off와 Spin out이라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Spin off는 '자식들 중 가장 못난 놈을 시장에 파는 것'으로 연을 아예 끊는 방식인 반면 Spin out은 '가장 잘난 놈을 시장에 파는 것'으로 60~70%의 지분을 갖고 인연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현 시점에서는 집중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학생이 "시장에는 이미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있고, 이전에 광고주를 연결해 주던 컨설팅 업체를 경쟁관계로 바꾸는 것은 위험하지 않냐"고 지적하자 이 교수는 '펩시콜라'의 사례를 들어 해법을 제시했다. 펩시콜라는 한 때 기업 다각화를 위해 피자헛을 인수하고 외식사업으로의 진출을 꿈꿨다. 그런데 자축 파티를 벌이고 있던 펩시 회장에게 갑자기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건 이는 다름 아닌 맥도널드 회장. 그는 "No more Pepsi in Mcdonald!"라고 외쳤다. 공급자 관계에서 동종업계 경쟁자로 위치가 바뀌면서 미국에서 가장 큰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널드사가 등을 돌린 것이다. 버거킹으로부터도 같은 통보를 받으며 최대 공급처를 잃게 된 펩시는 결국 외식사업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적정수준의 다각화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그 적정수준은 아무도 모른다"며 삼성자동차의 사례를 소개했다. 90년대 중반 삼성은 신규사업 진행을 위해 고려해야 하는 매력도, 진입비용, 시너지(자동차 부품의 절반이 전자제품이라는 점)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 자동차 사업에 뛰어 들었으나 1998년 구제금융(IMF) 사태를 맞이하며 '이 사업이 다른 사업의 이익 창출에 기여하는가(Value Advantage Parenting test)'의 부분에서 최종 불합격돼 해당 사업을 접어야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에는 '핵심역량인 광고 제작을 하면서 서비스 형식으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 교수는 기업들의 추세가 물건만 팔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One stop service' 또는 'Customer solution model'(한 곳에서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해결해 주는 방식)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금 안정성이 확보된 상태에서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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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고의 사례로 IBM의 전 CEO 루이스 거스너(Louis V. Gerstner)의 자서전 'Who says elephants can't dance?'를 소개했다. 그는 "기업들이 겪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전략뿐만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로 인식을 넓히고, 하락세를 걷던 오만한 기업 IBM을 고객 중심 기업으로 바꾼 루이스 거스너야말로 최고의 전략 경영가"라며 학생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것으로 이 날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이날 수업에서 만난 이병민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부사장(2학기 수료중)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막상 결정을 내려야할 때 떠올리지 못한 것들을 수업을 통해 배우게 된다"며 "근시안적인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강의시간에 다양한 경험과 업종, 시각을 가진 현업 종사자들이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같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양한 현업 종사자들과 자유로운 토론, 지혜로운 교수의 재미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연세대 EMBA는 2년 4학기제로 운영된다. 40명 내외로 선발하며 지원자격은 학사학위 소지(예정)자로 만 10년 이상의 직장근무 경력자이면서 현재 재직 중인 자를 원칙으로 한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mba.yonsei.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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