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예금 담보로 대출 의혹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최태원 SK 그룹 회장 형제가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0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은 SK 계열사의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투자금 2800여억원 가운데 SK텔레콤과 SK C&C의 투자금 500억여원 등 총 992억원이 베넥스를 거쳐 최 회장 형제의 선물투자를 전담했던 무속인 김원홍씨 계좌로 흘러간 흐름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회장 측이 이 자금에 개인자금을 포함, 5000억원대의 선물 투자로 1000여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과정에서 회삿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기 때문에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최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 계열사들의 예금을 담보로 수백억원을 대출받아 개인 투자에 사용한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3위의 주식부자인 최 회장이 단순히 10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을 두고 일반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최 회장은 자신의 주식을 팔아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공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5일 SK C&C 지분 4%, 200만주를 14만1500원에 처분했다. 2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다. 일부 지분을 처분했지만 그는 여전히 SK C&C의 지분 40.5%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처럼 최 회장은 자금이 필요하다면 주식을 처분하거나 주식담보 대출을 받는 등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다만 최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그동안 SK그룹은 "최 회장이 선물투자로 1000억원대 손실을 입은 것은 맞지만 최 회장의 개인돈"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한편 검찰은 자금흐름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렀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 최 회장 형제가 이 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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