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클래식, 과거에서 찾은 트렌드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
기자가 요즘 자주 드는 가방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 장롱에 처박혀 있던 것으로 구입한 지 30년쯤 지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몇몇 가방 브랜드에서 과거의 그것과 거의 똑같이 디자인된 제품이 신상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어머니가 쓰시던 낡은 가방을 닦으며 '이런 게 클래식'인가 싶었다. 패션에서 클래식은 과거에서 찾은 현재의 트렌드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골동품이다. 현재에도 유통 가능하고 시대상을 반영해 재탄생시킨 것이 클래식이다.
버버리 트렌치 코트, 샤넬의 금장 단추 재킷과 진주 목걸이, 페라가모의 리본 장식 플랫 구두, 에르메스 켈리 백, 아르마니 스타일의 중성적 재킷, 까르띠에 트리니티 링은 패션 클래식의 대표 디자인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패션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낡은 것(과거)과 공존을 가장 잘 이룬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매 시즌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신상품의 유혹을 이기는 일은 식욕 억제만큼 어려운 것이다.
기자는 업무상 '패션 얼리어답터'를 만나고 브랜드의 신상품을 자주 접한다. 연예인이나 스타일링 좋은 사람의 겉모습을 보며 '백은 ○○브랜드의 한정판이고, 목걸이는 ○○브랜드 신상품이네'라며 스타일링에 점수를 매긴다. 심지어 '오늘 스타일링에 쓴 돈 엄청나네' 하면서 계산을 할 때도 있다.
반대 경우도 많다. 앤티크 제품으로 스타일링을 완성한 이를 만나면 신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위엄을 느낀다. 앤티크는 구입 당시보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값이 오르는 특징을 가졌다. 지금 유행하면서 미래에 앤티크가 될 만한 제품을 찾아내는 것, 패션 고수 사이에 소문난 재테크 수단이다.
클래식은 신상품과 빈티지 중간이다. 1920년대 만들어진 샤넬 의상은 지금 입고 다녀도 전혀 무리가 없다. 무릎 길이의 군더더기 없는 검정 원피스는 샤넬뿐 아니라 모든 브랜드에서 매년 내놓는 디자인이다. 클래식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본이다.
2011년, 우리가 향유하는 패션 가운데 50년, 100년 후에도 동시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 클래식 대접을 받게 될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한 발 앞서는 자가 세상을 이끌듯 내일의 클래식을 만드는 자가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패션 클래식의 교과서라 불리는 코코샤넬은 말했다. "좌중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걸어 들어오는 여성을 보라. 키카 크건 머리가 검은 색이건 금발이건 스포티한 차림이건 드레스 차림이건 그녀를 매력적인 이유로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인 것이다."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했던가. 유행은 잠깐의 기분전환 같은 것이다. 결국 중심은 클래식이다. 박제된 유행이 아닌 미래에도 유통 가능한 클래식은 패션 브랜드만 추구할 가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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