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저마노의 피칭은 효과적이었다. SK 타선이 초반 고전을 거듭한 건 배트를 두 손으로 잡고 휘둘렀기 때문이다.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때리려면 한 손을 놓으면서 스윙해야 한다. 그러나 끝까지 대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재상과 최동수의 홈런 타구는 모두 직구에서 비롯됐다. 저마노는 변화구는 일품이지만 빠른 공은 상대를 압도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호투를 펼치고도 그가 패전투수가 된 이유다.
삼성 타선은 결정적인 한 방이 아쉬웠다. 결정적인 장면은 3회 1사 만루였다. 채태인은 볼카운트 2-1에서 날아오는 한가운데 실투를 그냥 흘려보냈다. 소극적인 타격은 경기를 놓치는 패인이 됐다. 주루 미스도 빼놓을 수 없다. 4회 무사 1, 2루에서 2루 주자 박석민은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해 협살을 당했다.
3회 1사 1, 3루에서 나온 배영섭의 도루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뛰는 시늉만으로 송은범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려야 했다. 타석의 박한이가 노림수에 강한 까닭이다. 주자가 2, 3루에 놓일 경우 정면승부의 기회는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배영섭은 2루 도루를 성공시켰고 1루수의 수비범위까지 넓혀주고 말았다. 물론 박한이는 병살타로 물러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도루사의 가능성과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무리수였다.
중심타자 최형우의 부진도 빼놓을 수 없다. 타석에서 한 방을 치겠다는 마음이 앞서 좋지 않은 공에 자주 배트를 휘둘렀다. SK 투수들은 그와 정면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스윙 폼은 계속 커질 것이다. 밸런스가 무너져내리는 건 시간 문제다.
마해영 IPSN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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