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는 正道 영업 느리게 泰선 '브랜드 파워'로 빠르게
【중국 상하이, 태국 방콕=채지용, 이지은기자】
#1. "글로벌 톱이 되라." 중국 상하이 이장호 중항삼성(삼성생명 중국법인) 법인장 사무실 한켠에 놓여있는 글귀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 수장에 오른 박근희 사장이 내정되자마자 중항삼성을 찾아 즉석에서 써 준 방명록이다. 올해를 중국 진출 원년으로 삼은 본사에서 이 곳을 전략적 교두보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험사만 60여개. 말그대로 총성없는 전쟁터다. 이장호 법인장은 "중국 생명보험 산업의 잠재적 고객은 10억명 이상으로 벌써부터 중국 현지 보험사는 물론 이미 진출한 외국 보험사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현지인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켜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2. 태국 방콕 최대 번화가 수쿰빗 뉴페치부리가(街)에 위치한 시암삼성 사무실은 오전 8시부터 분주하다.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일일 영업점검회의가 8시 30분부터 열리기 때문이다. 업무문화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동남아 사회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지 보험시장이 '제2의 활황기'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보험영업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도입된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빡빡한 업무에 불평을 쏟아냈던 현지 직원들도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에 태점가 싹 바뀌었다. 도널드 카든 시암상성 법인장은 "이 곳 보험시장은 중산층을 대상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6500만명의 인구 중 신용카드 보유자가 1800만명으로 신용과 경제력을 가진 잠재 보험고객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시장 안착 '총력전'=중항삼성은 대형 은행들과의 제휴를 통해 보험 판매채널을 늘리고, 분공사(지점)을 확대하는 등 보험 영토 확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중국 시장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무리한 영업보다는 '정도영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 많은 현지ㆍ외국계 보험회사들이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와중에도 중항삼성은 내부적으로 팔지 않기로 협의했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금융위기 발발 이후에도 중항삼성의 고객들은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
이장호 법인장은 "중국 보험시장에서 삼성 브랜드는 '신뢰를 줄 수 있는 보험사'로 통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의 '금융감독원'인 보험감독위원회의 평가에서도 보험회사 중 가장 민원이 적은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현지 영업력 제고를 위한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이 법인장은 "아직도 당국이 보험시장을 50%만 개방하고 있다. 외국계 회사는 영업에도 제약이 있고, 임원들이 현지에 남아 있으려면 매년 자격시험을 봐야 한다"며 애로사항을 전했다. 중항삼성은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중국항공(에어차이나)과 손을 잡고 50대 50으로 투자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이 경우 에어차이나의 브랜드 파워를 발판삼을 수는 있지만, 일처리는 더뎌진다는 게 삼성생명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중국 생명보험시장은 아직도 주류 상품이 저축보험이다. 보험 상품 역시 저축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어 중항삼성은 대형 은행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생명의 강점인 '자산관리' 서비스로 승부하기에는 아직 소비자들의 수요가 미미하다. 이 법인장은 "그래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규모도 늘리고, 중국 회사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어필할 생각"이라며 의지를 다잡았다.
◆7년내 泰시장 10위권 진입 목표=시암삼성의 급성장에는 '삼성'이라는 브랜드파워와 삼성생명의 선진화된 시스템이 큰 몫을 하고 있다. 11년간 방콕에서 거주하며 세계 유수 외국계보험사 태국법인 최고경영자(CEO)까지 역임했던 도널드 카든 법인장이 지난 5월 삼성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카든 법인장은 "세계 1위 보험사라 하더라도 방콕에서의 인지도는 삼성을 따라오지 못한다"며 "모든 사람들이 고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떠올리는 삼성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는 시암삼성에 매우 유리한 요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같은 아시아 국가의 브랜드인 삼성에게 태국은 안마당과 같다"며 "이를 잘 알고 있는 태국민들은 언제든 시장을 떠날 수 있는 다른 외국회사보다 삼성 상품을 구입하는데 있어 더 큰 신뢰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시암삼성이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생명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태국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시암삼성에 한국인 직원은 6명에 불과하다. 재무, 회계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활약하고 있지만 실제 회사는 태국인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현지화와 함께 고객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생명 글로벌 봉사단과 함께 태국에 맹그로브 나무심기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맹그로브 숲은 해일피해를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지원 효과가 크다는 게 법인 측의 분석이다.
카든 법인장은 "우리는 태국에 있는 법인으로써 태국 회사로 인정받고 싶다"며 "다만 한국의 삼성생명으로부터 전문인력을 지원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명의 한국인 상주직원 외에도 4~5명이 한국과 태국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며 "만약 이러한 지원이 없었다면 아웃소싱을 하던가 새로운 인력을 찾아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국은 현재 20~25%의 국민이 보험에 가입해 있다.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는 과정이어서 수요는 늘어날 것이란 지배적인 전망이다. 시암삼성은 태국내 24개 생보사중 19위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설립 14년이 지난 지금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으로부터 강력한 지원과 현지 영업을 발판으로 향후 3년내 업계 15위, 7년내 10위권의 공격적이고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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