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이럴 땐 이런 책-얼어붙은 감성 깨우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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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진심이 짓는다.' 한 아파트 광고의 시작이다.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10cm, 손가락 두 개 사이의 거리, 아파트를 짓는 사람들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거리, 하지만 좁은 곳에 주차해본 이들에게는 매우 넓게 느껴질 거리, 10cm, 좌우 10cm 더 넓은 주차 공간, 고집스런 생각이 만드는 차이, 10cm 진심.'

30초짜리 광고지만 그 울림은 깊다. 도대체 누가 이 광고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 광고를 만든 주인공은 바로 세계적인 '광고장이'인 박웅현 TBWA KOREA ECD(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사람을 향합니다', '커피 앤 도넛' 등과 같은 문구를 만들어낸 그가 최근 학생들과 마주 앉았다. 이들 사이엔 무슨 대화가 오갔을까.

답은 '도끼'에 있었다. 박씨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화두로 꺼냈다.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는 '변신'의 '저자의 말'.


그는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는 '도끼'였다"며 "그렇게 예민해진 촉수가 내 생업을 도왔다"고 말한다.


머릿속 도끼질의 흔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는 박씨다. 그는 그렇게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경기창조학교 학생들을 만나 '도끼'를 공유했다.


그의 '도끼'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고은의 시집 '순간의 꽃'. 이 시집에 실린 '시로 그리는 풍경'이라는 시다.


'엄마는 곤히 잠들고/ 아기 혼자서/ 밤기차 가는 소리 듣는다.'


박씨는 "처음에 읽었을 땐 이게 시인가 싶었다"며 "그런데 두 번, 세 번을 읽다보니 아득하게 상상이 되면서 시가 그리는 그림이 머리 위로 지나갔다"고 말했다.


고은에게서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는 그. 그에게 고은은 광고에 담긴 감성의 또 다른 이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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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에선 고은 외에 박씨의 또 다른 도끼인 최인훈, 김훈, 알랭 드 보통, 알베르 카뮈의 책들도 만나볼 수 있다. 그와 함께 도끼질을 할 준비가 됐다면 이 책을 펼쳐들어도 좋다.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북하우스/ 1만6000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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