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사이 해외 주식시장의 시황이 좋다. 지난달 31일만 해도 그렇다.
뉴욕주식시장에서 다우지수가 0.46% 오른 것을 비롯해 다른 지수도 일제히 상승했다. 유럽도 마찬 가지였다. 영국과 독일,프랑스 등이 거의 2~3%의 상승률을 보였다. 아시아 주식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이나 중국 등의 주가도 조금 오르는 것으로 장을 마쳤다.
전 세계 경제가 이중침체(더블딥)를 걱정해야 할 만큼 사정이 좋지 않은데도 주가 상승을 견인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의사록 공개였다.
지난 9일 열린 FOMC의 의사록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26일 공개됐다. 여기서는 확인된 것은 이론이 있었지만, 양적완화(QE), 즉 금융완화정책이 논의됐다는 점이었다. 일부 위원들은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일부 다른 위원들은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 맞섰고 또 다른 일부는 연방기금 금리를 낮추자고 제안했다. 일부는 매입자산의 구성내용을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양적완화 즉 돈을 풀자는 방안이 논의된 만큼 이달 FOMC에서는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주가상승에 불을 땐 재료였던 셈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전세계 주식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에 매우 심할 정도로 중독돼 있음을 말해준다.
마약중독이 으레 그렇듯 중독은 더 강한 자극을 바라게 마련이다. 1차와 2차 QE가 안정적인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게 중론인데도 시장은 여전히 3차 양적완화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금융 통화당국의 반응이다. 1차, 2차 완화 정책에서 교훈을 얻기보다는 시장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이다.새로운 양적완화를 내놓으라는 시장의 요구를 들어줄 태세다. 시장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에 중독돼 있고, 금융 통화당국은 시장에 반응하는 파블로프의 개가 된 형국이다.
미국 정책당국자의 속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이 양적완화 중독을 제거하고 주가조정을 용인할 만큼 배짱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들이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투자자와 그들을 대변하는 월가의 금융재벌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것이라고도 믿지 않는다. 오는 20일 열릴 FOMC에서도 시장의 입맛에 맞는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시장이 기대하는 이유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주가하락을 바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원하는대로 돈을 풀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정책은 반대한다. 양적완화 정책은 주식시장에는 축복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미국은 물론이요 세계 경제에는 '저주의 굿판'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폭포수처럼 돈을 찍어내든가,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중앙은행이 자산매입에 나서 돈을 푼다면, 달러약세에 따른 개발도상국 무역수지 악화, 금과 식품 등 원자재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이를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을 초래할 게 뻔하다.
미국만 해도 제조업 기반이 강화돼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 소득이 늘고 지출이 늘지 않는 이상 경제성장과 주식시장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상반기 성장률은 0.6%에 불과했다. 일자리 창출도 부진했다. 이런데도 시장은 유동성에 기대어 주가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대서양 양안의 국가들이 심각한 재정위기,부채위기를 겪고 있고 금융회사들은 감원의 칼날을 휘둘러야 할 만큼 사정이 어렵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
미국 당국이라고 해서 이를 모를 리 없지만 행여 최근 나오는 경제지표를 보면 양적완화를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9월 FOMC에는 본격적인 자산매입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고 본다. 미국 국채금리가 지금처럼 낮은 상황에서 채권을 매입해봐야 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격적인 '양적완화' 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방안 즉 보유 국채의 만기연장을 택하면 시장의 기대수위를 조절하고도 정책 당국이 운신의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 당국은 짖지 않고 침만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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