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 도망갔다 4개월여 만인 지난 주말에 자진 귀국한 박태규씨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씨가 부산저축은행이 정ㆍ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벌인 전방위 퇴출 저지 로비 의혹을 풀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는 얘기다. 알맹이 없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던 검찰 수사가 박씨의 귀국으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박씨의 혐의는 지난해 6월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KTB사모펀드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에 각각 500억원을 출자할 때 모종의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6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그치지 않는다. 이 후에도 퇴출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십수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받아 전ㆍ현 정권의 실세들에게 현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로비의 핵심 고리 역할을 했으리라는 것이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당연히 박씨가 받은 자금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밝히는 데 맞춰져야 한다. 박씨의 말만 믿고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각각 500억원의 거액을 선뜻 출자했다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뒷배를 봐준 힘 있는 사람들, '몸통'은 따로 있다는 게 상식이다. 박씨가 "내가 다치지 않아야 정치권이 조용해진다"고 주변에 말했다는 사실이 이 같은 정황을 설명한다.
검찰은 그동안 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 60여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사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 6월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도 85억원의 예금 특혜 인출을 밝혀낸 게 고작이다. 정ㆍ관계 로비 부분의 실체는 제대로 밝혀낸 게 없다. 국회 국정조사 역시 여ㆍ야가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소모적 정쟁만 벌이다 청문회도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강조하지만 수사의 핵심은 정ㆍ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를 밝히는 일이다. 검찰은 심기일전, 실체 규명에 진력을 다해 로비의 몸통을 찾아야 한다. 세간에는 박씨의 자진 귀국을 놓고 검찰과의 타협설이 나도는 등 '기획 입국' 이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이 없지 않다. 의혹을 불식시키고 피해자들의 피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그것이 검찰이 바로 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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