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아날로그식 사고가 돌아온다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화장실로 달려간 것이었다. 문득 해묵은 수건들이 그리워졌기 때문이다. 차곡차곡 쌓인 수건들을 하나씩 꺼내 펼쳐보니 수건 마다 날짜와 그날 열렸던 행사 이름이 흐릿하게 남아 있었다.
'1987.5.20. 00동문회 축구 대회', '1991.7.18. 00아파트 탁구 대회'. 요즘 같았으면 인터넷 블로그나 카페에 사진을 올리면서 함께 적어 넣었을 법한 이 문구들이 새삼 아련하게 다가왔다.
앨빈 토플러, 다니엘 핑크와 함께 '세계 3대 미래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왓슨도 해묵은 수건이 주는 이 아련함이 그리웠을 거다. 컴퓨터를 켜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수건이나 종이 등에 적힌 아날로그식 문자가 주는 느낌은 조용하고 또 색다르다.
그는 '퓨처 마인드'에서 앞으로의 새로운 트렌드는 디지털 시대를 지배한 빠른 사고와 멀티 태스킹이 아니라 아날로그식 느린 사고와 싱글 태스킹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급하게 돌아가는 디지털식 사고가 아닌 차분하고 깊이 있는 아날로그식 사고가 다시 돌아 올거라는 얘기다.
리처드 왓슨은 이와 관련해 "디지털 시대의 큰 문제는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이 우리의 사고를 방해하기보다는 도와주는 도구로 여겨진다는 사실"이라며 "이젠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끄고 얕은 사고가 아닌 깊은 사고를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올바른 사고라고 말하는 그는 각종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많은 양의 정보와 트위터에 적는 140자 문자 등이 조심성 있고 조용한 깊은 사고를 방해하는 주범이라고 꼬집는다. 무엇이든 쉽고 빠르게 받아들여야 하며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해야 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들이 가진 생각의 질은 계속해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리처드 왓슨의 이 같은 지적이 그저 주장으로만 그치는 건 아니다. 그의 말을 뒷받침 하는 실험 결과도 있다. 월터 컨이 2007년 11월 발표한 조사 보고서 '멀티태스킹 하는 사람들(The Autumn of the Multitaskers)'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이 요구하는 사고 전환은 기억이나 학습과 관련된 두뇌 기능을 일부 손상 시킨다. 멀티태스킹은 또 아드레날린이나 코티솔 같은 호르몬의 양을 늘려 사람을 빨리 늙게 만든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멀티태스킹을 연구하는 에얄 오피르 등의 조사 결과도 리처드 왓슨의 말에 힘을 실어준다. 이 조사 결과는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찾아내는 데는 뛰어나지만,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을 못 하기 때문에 실수가 더 잦고 다소 산만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에 멀티태스킹 말고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지면이 아닌 스크린을 읽는 것이다. 미국 웹 전문가 제이콥 닐슨이 232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실험 대상자 가운데 불과 6명만이 웹 사이트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차분히 읽어나갈 수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웹 사이트 한 편에 있는 간단한 다른 단어나 서체 변화 등에 갑자기 관심을 보이는 등 혼란스러운 시선 변화를 보였다.
제이콥 닐슨은 추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10대들이 어른들보다 온라인에서 무언가를 읽어 내려가는 속도는 더 빠르지만 주의를 집중하는 시간은 훨씬 짧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어려운 내용이 나오면 그냥 넘겨버리고 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이런 실험 결과들은 가끔씩이라도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고 제대로 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 리처드 왓슨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뉴턴에게 중력을 어떻게 찾아냈는지를 묻자 중력에 대해 아주 많이 생각을 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멋진 대답이다. 뉴턴처럼 생각하진 않더라도 리처드 왓슨이 얘기하는 올바른 생각을 하려면 '생각'할 시간과 공간을 되찾으라는 그의 조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퓨처 마인드/ 리처드 왓슨 지음/ 이진원 옮김/ 청림출판/ 1만5000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