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일본 기업들이 낙관적이었던 올해 하반기 전망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터진 대지진 이후 재건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전반적인 경기반등을 예상했지만 미국·유럽의 재정불안에 따른 엔화 강세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가 덮친 것이다.
일본 제약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시가총액기준 일본 2위 제약업체 아스텔라스제약을 이끄는 하타나카 요시히코(畑中好彦) 대표이사(사장)는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중요한 전환점이며 세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때”라고 말했다.
일본 제약업계는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네릭(복제약) 사용 권장과 특허만료 약품의 대폭 가격인하 등 의료비 억제책이 널리 실시되고 있는데다 정부의 신약승인심사도 더욱 엄격해졌다. 게다가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주력 제약의 특허만료 시기까지 닥쳐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고 있으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엔화 가치도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제약업체들은 해외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는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아스텔라스도 지난해 폐암치료제 ‘타세바’로 유명한 미국 항암제 제조사 OSI파마슈티컬즈를 주식공개매입(TOB)으로 인수했다. 항암제 시장의 전략적 교두보 마련은 물론 미국 시장 영향력 강화까지 얻었다는 평가다.
하타나카 사장은 “국내 제약시장 환경이 더욱 어려워짐에 따라 일본 제약업계는 전면적인 질서재편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면서 “아스텔라스를 비롯해 다케다제약·다이이찌산쿄·에이사이제약의 4대 업체들은 한때 비슷한 경영전략을 발휘했지만 이제는 각자 독자적인 전략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스텔라스는 고유의 제품으로 신흥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할 것이며 제품개발과 프로모션 등에서 폭넓은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것”이라면서 “인수합병 역시 가능한 선택지가 되겠지만 단순히 의료 인프라만 확보하는 목적의 인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타나카 사장은 “충분히 매력있고 우리의 강점이 통할 수 있는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신흥시장의 빠른 성장에 발맞춰 시장 접근성에 무게를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스텔라스제약의 근본적인 약품가격 정책까지 급격한 변화를 감수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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