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기업 고졸채용 독려나선 정부, 정작 ‘공직사회’는 소홀

"그 많던 '고졸' 공무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기관·기업의 고졸자 취업 확대를 독려하고 있는 정부가 정작 공직사회에서는 고졸 출신자를 배척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5년새 2만명에 달하는 고졸 출신 지방공무원이 사라지고 고졸자 9급 비율은 3%대로 떨어졌다. 대졸자 급증에 따른 어쩔수 없는 결과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학력 인플레이션을 조절하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공직사회에서조차 고졸 출신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고졸 출신, 매년 3000명씩 감소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0년 12월31일 기준 전국 지방공무원 27만9636명 가운데 고졸 출신은 6만3290명(22.6%)에 불과하다. 고졸 출신 지방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마지막으로 30%대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탔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5년 31%(8만2840명) ▲2006년 28%(7만7886명) ▲2007년 26%(7만4209명) ▲2008년 25%(6만9233명) ▲2009년 23%(6만6523명) ▲2010년 22%(6만3290명)로 5년만에 1만9550명이 줄었다. 매년 3000여명 이상씩 감소한 것이다.


반면 전문대졸 이상 고학력자들은 2005년 16만6817명으로 60%대를 넘어선 뒤 ▲2006년 17만8896명(65%) ▲2007년 18만6841명(67%) ▲2008년 19만3257명(70%) ▲2009년 19만9434명(71%) ▲2010년 20만4663명(73%)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5년만에 3만7846명이 늘었다.

특히 공무원 정원 규모가 큰 지자체일수록 고졸 출신 비율은 낮게 나타났다.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지방공무원 수가 많은 상위 5곳(서울·경기·경북·경남·전남)이 평균 22%를 넘는데 반해 하위 5곳(제주·울산·광주·대전·대구)은 17%에 그쳤다. 서울시(26.2%)와 제주(16%)는 고졸 출신 비율이 10%가 넘게 차이났다.


◇‘SKY’도 9급에… 고졸자 3.4%


지방공무원들의 직급별 학력 인플레이션도 심각했다. 최근 몇년새 국내 명문대 출신과 해외 유학파까지 공무원 시험에 몰린 탓이다. 지난해말 기준 일반직 9급 공무원의 고졸 출신은 3.4%에 불과했다.


5급과 6급의 경우에는 각각 29%로 다른 직급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고졸 비율은 더욱 저조했다. 특히 고위공무원단으로 바뀐 가급(1급)고 나급(2급)에서 고졸자는 각각 6명 중 1명, 58명 중 1명에 그쳤다.

그나마 고졸 출신이 전문대졸 이상 출신자보다 많은 직급은 일반 사무기능직이 몰린 기능직 5~10급으로 조사됐다. 총 4만2989명 가운데 고졸 출신이 2만210명으로 전문대졸 이상(1만4662명)보다 5000여명 많았다.


한 지자체 인사 담당자는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고졸 출신 공무원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고졸자 채용 확대를 위해 이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면 자칫 대졸자 출신에 대한 역차별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하지만 고졸채용 확대에 대한 기관·부처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기획재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고졸 채용자 현황 파악에 나서고 행안부가 특성화고 출신 인재를 기능 9급으로 임용하는 ‘기능 인재 선발 규모’를 늘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AD

다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대졸자가 매년 늘어나는 상황에서 고졸 채용 확대안이 공직사회에서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채용과정에서 학력폐지가 이뤄진지 이미 5년이 지났어도 고졸자 비율이 좀처럼 늘지 않는데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몸집줄이기에 나선 이유에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무턱대고 고졸 비중을 늘리다보면 부작용이 작용할 수 있다”며 “지방공무원 채용과정에서는 학력제한이 없기 때문에 고졸자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채용규모를 늘리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