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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공기업 고졸 '낙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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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금융권 전체에 '고졸 채용'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취업시장에서 소외됐던 고졸 인재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대졸자에 편중된 인력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공기업이든 민간 기업이든 닥치지 않고 강요하다 보니 없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올해로 설립 3년차인 정책금융공사가 대표적이다. 시중은행들은 지점을 갖고 있지만 이 공사는 지점이나 창구 직원이 없다. 고졸 사원을 채용해도 마땅히 보낼 곳이 없는 것이다. 이 공사 한 관계자는 "은행은 텔러(창구직원)로 쓰면 되지만, 점포도 없는 공사의 경우 어디에 배치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일단 내부적으로는 일반직 중 후선업무나 결재업무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전문성이 높은 정책금융의 성격상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어느 부문에 몇 명이나 고졸 직원을 채용할지 구체적으로 생각도 하지 않았고, 확정된 사안도 없는 상황에서 일단 (고졸 채용)의사만 표시하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굵직굵직한 무역금융, 플랜트금융을 주로 처리하는 수출입은행도 상황이 비슷하다. 채용계획이 있다고 일단 통보는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연내 5명을 채용키로 하고 조만간 국내 한 마이스터고와 양해각서(MOU)를 맺을 예정이지만, 어느 학교와 할지, 바로 채용할지도 미지수다. 이 은행 관계자는 "고졸채용 계획은 아직 논의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며 "계약직으로 채용할지, 정직원으로 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의 경영진과 인사 담당자들이 '고졸 낙하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2년 전에도 비슷한 '낙하산'이 금융권을 휩쓴 일이 있다. 청년실업률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각 공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일괄적으로 실시한 '청년인턴'인데 무수한 실패사례를 양산했다. 우수한 대학생을 뽑아 복사와 청소 등 허드렛일만 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맞는 직무가 없는데 억지로 일자리만 늘린 데 따른 부작용이었다. 앞으로 2년 뒤 고졸직원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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