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영국의 가디언지는 지난 8일자 기사에서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보좌관을 역임한 경제학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3년간 민간부실을 국가가 메워줬다. 국가는 누가 구제금융해 줄 것인가?"라고 물었다.


 지난 30년간의 미국의 경제성장률에서 국가 부채 증가분을 제외하면 성장률은 사실상 제로(0)다. 시계는 거꾸로 간 것이다. 지난 30년의 세계 경제의 비밀이 여기에 있다. 국가채무와 민간채무를 가속해 엄청난 부를 이룬것 처럼 보이는 신기루를 만든 것이다.

 이 체제의 현실은 '빚 중독'(addiction to debt)이다.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빌려야 하는 필사적인 채무자의 행동과 같다. 빚 돌려막기가 시작되면, 그 빚의 증가속도는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다.


 최초의 균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왔다. '주택'을 통한 빚의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국가가 그 손실을 메워주려 국채를 늘렸고,2011년은 국가의 부실로 균열이 확장됐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도대체 "미국이 어떻게 국채를 갚아나갈 수 있을지 길이 안보인다"고 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단지 그것을 지적한 것뿐이다. 세계가 지속 불가능한 시스템 위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자 30년간의 신용팽창에 취해있던 금융자산과 실물 자산이 갑자기 자신의 시장가격을 찾아 나섰다. '임계치'(inflection point)에 도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문지방을 넘어서면, 이후의 과정은 되돌릴 수 없다.다시는 과거와 같은 신용팽창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의 통화 및 대출량 지표를 확인해 보면, 지난 3년간 쏟아부은 자금과 보증에도 대출 연장은 정체상태이며 신규 대출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총통화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아직도 초강대국이기는 하나, 이제 더 이상 제국은 아니다. 미국의 경제는 안보의 일부다.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인정받고, 자신들의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시간을 버는 동안 양보해야할 것들이 있다. 한반도에서는 이미 그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미북관계의 갑작스러운 화해 조짐은 과연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의 요구를 미국이 거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한미 FTA도 오바마는 입은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고 있지만, 복화술이 말하고 있는 것은 한국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달러의 유지에 한국의 동참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본이 요구하는 것은 플라자합의라는 국제적 구속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09년 '경제'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업무에 포함시켰다. 미국에서 경제 문제를 결정하는 최고 기관은 재무부가 아니다. 경제문제는 이제 국가안보의 일부가 됐다. '자유시장 경제' 미국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공격적이 아니라, 수비적인 것이다.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두차례의 전쟁에도 약화되고 있다.


 지난 한세대 동안 세계를 유지해주던 체제는 끝났다는 지적이다. 그와 더불어 체제의 '채무'를 정당화하던 이념들, 이른바 자유무역, 글로벌리즘에도 어둠이 드러워졌다. 신자유주의라는 이름도 퇴색할 것이다. 새로운 세계에는 아직 이름이 없다. 그 세계는 전지구적인 과거 가치의 파괴, 한세대 걸쳐 이뤄질 부의 이동, 세계 권력의 중심축 사이의 갈등으로 조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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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지난 2009년 세계은행은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제적 정치와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 세계는 격랑 속에 들어갈 것이다. 그 바닥에 깔린 운동법칙은 첫째로는 자본의 가치 파괴이며, 두 번째로는 그것을 회피하기 위한 자본의 이동과 동맹의 결성이다. 한국의 지도자가 말했듯이 이제 국가는 '서바이벌 모드'에 들어선 것이다.


 종종 캘린더의 날짜와 역사 속의 시대 구분은 일치하지 않는다. 20세기가 1914년 시작되었듯이, 21세기의 시작은 2008년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이제야 말하고 있다. 사물이 움직이고 난 다음에, 사물들의 관계가 변화하고 난 뒤에야 우리는 깨닫는다. 가치가 이제 자신의 근원을 향해 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 길은 평화롭고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글로벌 리셋이 시작됐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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