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직 출신 청장, 방재청 ‘내부진화’ 가능할까?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21일 소방방재청장에 이기환 소방방재청 차장이 내정됐다. 2004년 소방방재청이 만들어진 이후 두 번째 소방직 청장이다.
이 청장은 대구 출생으로 영남고, 방송대 행정학과를 나와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국장,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18일 돌연 사표를 제출한 뒤 사흘만에 청장으로 발탁됐다. 이로써 소방방재청은 고시 출신 행정직이 아닌 소방직 출신이 청장직을 맡게 됐다. 역대 청장 4명 가운데 3명이 고시 출신이었다.
현재 소방방재청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류충 음성소방서장이 박연수 전 청장을 비판한 뒤 사퇴의사를 밝힌 데다 이 청장 역시 지난 18일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내부갈등이 심각했던 이유에서다. 결국 박 청장이 소방직과 비소방직을 조율하는데 실패한 것이 이번 인사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현장 활동이 주임무인 소방방재청의 업무특성상 행정직이 청장을 맡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박 청장 외에 주요 간부들 역시 행정직인 점도 한 몫했다. 소방직들이 소방방재청이 내놓은 정책에 ‘탁상행정’이라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박 청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화재와의 전쟁’은 소방직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발단은 지난 6일 류 서장이 소방방재청 자유토론방에 ‘서민중심의 119생활민원 서비스를 경시하는 소방청장의 대국민 사기극을 비판한다’는 글을 남기면서 비롯됐다.
류 서장은 “지난해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30%이상 급속하게 줄어든 것은 통계를 조작한 결과”라며 “이는 현 청장이 과잉경쟁을 유도하고 그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과대포장하려는 욕망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과거 통계에 잡히던 교통사고와 방화, 산불, 번개 등에 의한 화재 사망자가 ‘화재와의 전쟁’ 선포 이후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류 서장은 “‘소방은 불만 잘끄면 된다’는 현 청장의 시각은 편견적 시각으로 생활민원 서비스를 줄이는 것은 국민을 섬기는 119의 전통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소방방재청은 각종 해명, 반박, 설명자료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류 서장이 다시 조목조목 반박에 나서 갈등은 더 깊어졌다. 언론과 각종 인터넷에 박 청장에 대한 비판적인 글이 실린 것도 원인이 됐다.
전·현직 소방관으로 구성된 ‘소방발전협의회’는 류 서장을 지지하는 신문광고를 내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협의회는 호소문을 통해 “류 서장의 ‘화재와의 전쟁’에 대한 양심선언은 특정 사안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며 “상명하복식 조직운영과 소방공무원의 복지, 국가재난관리 시스템에 대한 문제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권력자에 국민의 권리가 유린당한 데 대한 분노의 폭발”이라고 주장했다.
소방방재청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서 지적한 소방방재청의 문제들과 이번 인사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요 간부들이 행정직이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고 추진력도 뛰어난 소방직 출신의 청장이 오게 된 만큼 내부문제도 점차 해결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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