富의 新연금술.. 나만의 투자상품 설계한다
금융상품 '주문형 시대' 부자들의 투자패턴이 바뀐다(상)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 고액자산가를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한 대형 증권사 A지점에 최근 한 고객이 찾아왔다. 그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12억원. 투자할 곳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을 찍어 왔다. 단, 남들이 가입하는 상품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새로 만드는 것이 조건이었다. 그는 사모상품 전문가와의 오랜 토론 끝에 정보기술(IT)과 건설업종에서 각각 한 종목씩 골라 자신만의 ELS를 구성했다.
투자상품의 '주문형 시대'가 열리고 있다. '초고액자산가(VVIP)'로 불리는 부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금융상품 중 선호하는 상품을 선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투자 자산을 직접 구성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공모로 정형화된 상품에 가입하는 객관식 투자보다는 사모의 특성을 극대화한 주관식 투자로 발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사모 시장은 흔히 부자들만 뛸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로 표현된다. 최소한 5억원 이상을 한꺼번에 투자해야 등판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참여자가 부자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 관련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대박'이고 투자 대상은 뭔가 '특별한 것'이란 오해도 많다. 그러나 고액자산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의 면면은 이 같은 생각과 동떨어져 있다. 최근 거액의 투자자금이 몰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사모 ELS가 대표적이다.
반기 기준으로 집계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ELS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는 사모 투자자들이 주도했다. 지난달 국내 사모 ELS 신규 발행 규모는 총 2조1310억원. 전체 ELS 발행 금액(2조8488억원)의 75% 수준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공모 대비 사모ELS의 발행 규모가 10배 이상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모 ELS를 통해 재테크를 하려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공모 ELS가 지수에 집중돼 있다면 사모 ELS는 종목 중심으로 구성된다. 안정성을 기반으로 인기가 많은 코스피200이나 항셍지수로 짜인 ELS는 이미 공모 시장에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모 투자자들이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VVIP 전문 창구에서 굳이 천편일률적인 지수형 ELS 투자를 상담할 이유는 없다.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은 낙폭과대 종목이다. 두 가지 종목으로 구성해 변동성을 줄이는 ELS가 보편적이지만 최근엔 한 가지 종목에 '올인'하는 상품을 요구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현 한국투자증권 V프리빌리지센터 차장은 “고액자산가들은 지수형 ELS는 공모 형태로 참여하고, 선호하는 종목 위주로 증권사 측과 협의해 10억∼20억원 규모로 자신만의 상품을 단독으로 설정한다”면서 “최근에는 기존 주도주인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나 하이닉스 등 IT 업종, 건설주 등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윤석헌 대우증권-PB CLASS 갤러리아센터장은 “사모 ELS 투자자들은 최근 기아차, 현대중공업, 대한항공 같은 종목이나 낙폭과대 종목을 많이 찾는다”고 밝혔다.
박성훈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강남 PB는 “주도주에 대한 변동성이 커져 최근에는 건설주나 내수소비주 등 변동이 작은 종목을 많이 찾는다”면서 “주식이나 펀드 등의 상품으로 상승 시 수익을 내고 ELS를 통해 하락 시에도 수익을 내 헤지 개념으로 투자를 끌고 가는 것이 최근 추세”라고 분석했다.
목표 수익률은 10% 안팎을 유지한다. 장 차장은 “고액자산가의 경우 장이 좋다고 수익률을 상식 이상으로 높게 잡거나 장이 나쁘다고 움츠러들지 않는다”면서 “시장 흐름과 상관없이 금리 플러스알파(α) 수준인 10% 안팎의 목표 수익률을 일관되게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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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형태를 주도적으로 선택하는 트렌드가 조성되면서 부자들 사이에 '학습열기'도 뜨겁다. 남궁희 우리투자증권 Premier Blue 강남1센터 차장은 “투자자들의 시장 전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일반적인 지수 흐름뿐 아니라 업종·종목 등 구체적인 시장 상황에 대해 공부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남 차장은 “본인의 선택이 투자 수익률과도 직결되는 만큼 거시경제에서 업종·종목별 전망까지 관심 사안이 넓고 깊어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ELS(Equity-Linked Securities) :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으로 미리 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수익률이 보장된다. 보통 주가지수 또는 개별 종목 주가의 변동 구간을 정해놓는다. 원금보장형과 원금비보장형, 원금부분보장형이 있으며 기초자산(지수 또는 개별 종목)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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