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 정선은 기자]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해 7월 도입한 '공공관리제'가 시행된지 어느덧 1년이 됐다. '공공관리제'는 자치구청장이 추진위원회 설립 단계에서부터 시공사 선정 등 초기단계의 사업을 주관해 ▲사업추진 지연 ▲사업비용 증가 ▲업체와의 유착비리 발생 ▲사업비용 검증 곤란 ▲조합원 분담금 증가 등의 문제를 차단하는 게 취지다. 논란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공공관리제,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 453개 재개발·재건축단지 중 조합운영비를 지원받은 곳은 총 16개 단지다. 이 중 지난해 지원받은 6곳(13억8600만원)을 제외하면 올해는 10곳(36억6300만원)이 지원받았으며 이는 조합운영비 지원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547억원)의 6.7%에 불과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도 시행 이전에 시공사나 정비업체로부터 무이자로 자금을 지원받은 곳이 많기 때문에 자금 신청이 많지 않다"며 "올 하반기쯤 되면 신청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지원받은 10곳은 ▲상계1 재건축추진위 ▲성수4지구 재개발추진위 ▲영등포 상아 현대 재건축추진위 ▲북아현3구역 재개발조합 ▲노량진6구역 재개발추진위 ▲노량진8구역 재개발추진위 ▲한남2구역 재개발추진위 ▲노량진5구역 재개발추진위 ▲미아3구역 재개발추진위 ▲장위15구역 재개발추진위 등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운영자금 지원 문제', '분담금 문제' '시공사 선정시기' 등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투명성 강화에는 도움이 됐지만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데 있어서는 곳곳에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공공관리제 시범지구인 성수전략정비구역과 한남뉴타운을 찾아가봤다.


◇ 성수전략정비구역


25일 오후 방문한 서울 성수1가동 일대 53만399㎡의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성수역에서 도보로 약 10여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골목골목에는 갈색 벽돌로 지은 다세대·다가구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줄지어 있었고 검게 그을리다 못해 쩍쩍 갈라진 벽, 한데 뒤엉켜 늘어진 전깃줄 등이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신호등이 없는 뚝도시장 4거리는 버스, 자가용 할 것 없이 서로 가는길을 재촉하다보니 무질서가 난무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공공관리제 시범지구로 4개로 나뉜다. 그 중 현재 사업속도가 젤 빠른 곳이 1구역과 4구역이지만 이마저도 사업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1구역 추진위는 지난해 부동산을 담보로 2억6000만원을 대출받아 운영자금으로 썼지만 올해는 재원조달이 쉽지 않다. 이근조 성수1구역 추진위원장은 "올해는 부동산 담보가 모자라 신용담보로 대출 신청을 약 한달전쯤 했지만 주민총회를 열지 못하니 대출을 받을래야 받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대출을 받으려면 주민총회를 열어 의결을 받아야 하는데 당초 4월에 열려고 했던 주민총회가 비대위와의 마찰때문에 지연되고 있다. 그는 추진위위원장의 임기를 정해놓은 것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임기가 끝나고 난 후 위원장을 노리는 조합원이 비대위에 가입해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출 과정과 높은 금리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신심사와 대출업무를 주관하는 대한주택보증의 심사가 까다로워 대출을 받으려면 적어도 3개월 이상은 기다려야 한데다 심사를 통과해 운영자금을 받는다고 해도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또 금리가 높아 추진위원장이 보증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커 대출을 받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추진위 구성 단계에서 6억원, 조합 단계에서 5억원씩 조합별로 최대 11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금리는 담보를 제공할 때 연 4.3%, 신용은 연 5.8%다.


추진위 승인이 이주밖에 걸리지 않아 올 7월이면 조합설립인가까지 초고속으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본 4구역도 조합설립에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은 분담금 문제로 인해 주민동의서를 추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성락 4구역 추진위원장은 "클린업시스템을 만들어 사업의 투명성을 기한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 하고 4구역은 운영자금 지원도 잘 되가고 있다"면서도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분담금의 차이로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관리처분 때 감평사가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분담금을 비슷하게 맞춰준다고 설득을 해도 법적으로 '보증'을 받을 수 없어 문제가 크다.


김 위원장은 "감평사는 사업시행 인가 후 2년6개월 후에 들어오게 돼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동의서를 쓰기 위한 동기가 없다"며 "감평사를 빨리 쓸 수 있게 하거나 이 부분에 있어서 서울시가 어느정도 보증만 해준다면 조합설립 인가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남뉴타운


지하철 중앙선 한남역에서 내리면 멀리 산비탈 꼭대기에 밀집된 낡은 주택가가 보인다. 흔한 아스팔트조차 깔리지 않은 비탈길에 곡예주차가 보이고 길 끝에는 도깨비시장으로 불리는 동네가 나온다. 슬레이트 지붕이 날아가지 않게 돌을 얹어놓았다. 복잡하게 얽힌 전기선은 커튼처럼 늘어져 있다.


이곳은 공공관리자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전체 정비구역 면적이 39만3700㎡에 달하고 토지 등 소유자가 4000여명에 이르러 서울시내 재개발 구역에서도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지난해 1월 공공관리로 추진위원장과 감사를 뽑은 지 8개월 만에 추진위원회 승인을 위한 주민동의서 징구가 완료됐다.


추진위로 승인을 받으려고 가칭 추진위들이 난립하는 일이 사라져 상대적으로 사업속도가 빨라졌다는 반응이다. 이진수 한남3구역 추진위 사무국장은 "구청에 문서작성까지 사전승인을 받아야 해서 며칠씩 늦어지는 면도 있지만 절차상 하자를 줄여 소송분쟁 가능성도 낮아지고 전체적인 사업기간도 짧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공관리제 적용을 체감하진 못하는 모습이다. 도깨비시장 인근에서 좌판을 운영하는 김영숙(가명, 75) 할머니는 "공공관리가 뭔지는 잘 모르겠고 중국사람 빼면 여기 세입자들도 없고 비어있는 집이 많다. 집에 온기가 없어 더 허물어지고 있다"며 "세입자들이 내일도 구청 앞에 시위하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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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곳에는 눈에 띄게 월셋집이 늘어나고 있다. 낡은 집에 받아놓은 보증금 액수가 크지 않아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데다 아직 추진위 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이주비, 이사비용을 생각해서 미리부터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것이다. 인근 H중개업소 사장은 "예전에 전세와 월세가 5대 5였다면 최근엔 2대8 수준이다"며 "교통여건이 조금 낫다고 스러져 가는 집들이 방1칸, 부엌 딸리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은 줘야 한다"고 말했다.


풀리지 않는 난제는 바로 운영자금 부족이다. 현재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추진위 설립을 마친 4개 구역은 시와 구에서 절반씩 부담해서 각각 1억5000만~2억원씩 지원받았다. 하지만 사업계획 승인까지 써야 할 5억원 규모의 공공자금 대출은 구역별로 차이가 난다. 3구역의 경우 대한주택보증으로부터 법률소송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부당했다. 이 사무국장은 "탈퇴 시 새 추진위원장에 채무승계가 되도록 한다지만 5억원이면 개인담보나 연대보증 규모가 상당해서 여전히 부담스런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소정 기자 moonsj@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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